권영순 대구여성단체협의회 회장(왼쪽부터), 박상희 대구경영자총협회장, 김연창 대구 경제부시장, 김위상 한국노총대구지역본부 의장, 황보국 대구고용노동청장이 15일 공동 선언문을 채택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덕용 기자
권영순 대구여성단체협의회 회장(왼쪽부터), 박상희 대구경영자총협회장, 김연창 대구 경제부시장, 김위상 한국노총대구지역본부 의장, 황보국 대구고용노동청장이 15일 공동 선언문을 채택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덕용 기자
“노사 협력이 곧 기업 경쟁력입니다.”

외국인 투자기업 SSLM의 강영철 대표는 15일 “경영 위기가 닥쳐도 노사가 협력하면 노조에는 조합원의 고용 안정이, 사측에는 향상된 기업 경쟁력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2011년 6월 대구 달성군에 설립한 SSLM은 삼성전자와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합작해 만든 회사다. LED 원재료인 사파이어 잉곳 및 웨이퍼가 주력 생산품이다. 강 대표는 “대구는 노사분규가 없고 임금수준이 적절해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며 대구에 공장을 세운 이유를 설명했다.

섬유산업이 쇠락한 이후 이렇다 할 산업기반이 없는 대구의 노사관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노·사·민·정이 한데 모여 다시 한번 ‘산업도시 대구’로 부활시키기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쇠락에서 벗어나겠다”

근로자, 사용자대표, 노동전문가 등 25명으로 구성된 고용노사민정협의회가 주최한 ‘노·사·민·정 공동 선언과 일家(가)양득 선포식’이 이날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김연창 대구경제부시장, 김위상 한국노총대구지역본부 의장, 박상희 대구경영자총협회장, 황보국 대구고용노동청장 등 노·사·정·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화합의 장을 연출했다. ‘일家양득’은 일과 가정의 균형이 회복된 삶을 통해 선진 국가를 지향하겠다는 의미다.

대구는 한때 산업의 주축이었던 섬유와 기계업종이 쇠락하면서 20년째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용률은 57.7%(2013년)로 전국 평균(59.5%)보다 낮다. 반면 같은 기간 실업률은 3.3%로 전국 평균(3.1%)보다 높다. 안국중 대구시 경제통상국장은 “대구 경제 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파업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성숙한 노사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09년 대구 노사분규는 6건에서 지난해 1건으로 줄었다. 그 결과 지난해 노·사·민·정 협력사업 평가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김위상 의장은 “노·사·민·정은 올해 정년연장과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에 대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하기 좋은 대구로 오이소”

노·사·민·정 공동선언문에는 기업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노사분규·고임금화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함으로써 투자 유치와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대구를 파업 없는 ‘무분규 도시’로 만들겠다는 파격적인 합의도 이끌어 냈다. 노동계는 대구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근로자 임금을 대기업 수준이 아닌 지역 근로자 평균임금(2600만원 선)을 받겠다고 약속했다.

김연창 부시장은 “대기업 수준으로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 임금 격차 문제가 발생하지만 성과급으로 보상받으면 된다”며 “노조가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높여 나간다면 고임금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과급체제로 중소기업을 유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훈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이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려면 회계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는 장기적으로 중소기업들이 성과급보다는 스톡옵션이나 지분참여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