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구조조정 바람…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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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체력이 바닥난 대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군살빼기에 돌입하고 있다.
동부·현대그룹은 채권단 주도의 고강도 자구계획을 추진하고, KT는 대규모 인력감축에 나섰다. 금융업계에도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다. 실기한 동양·STX·웅진그룹은 이미 해체됐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낡은 성장엔진을 교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기업들의 사업재편도 본격화됐다. 재계의 맏형인 삼성그룹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일류로 살아남기 위한 경영혁신을 강조해온 삼성은 사업의 틀을 새로 짜나가고 있다.
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재계의 '새판짜기'는 외환위기로 전 산업계가 구조조정의 격랑에 휩싸였던 1998년 이후 최대 규모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의 대대적인 사업재편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반도체 공장과 계열사 지분 등 알짜 자산을 팔아 외자를 유치했다면 지금은 세계시장 선두를 지키고자 자발적으로 사업재편에 나섰다는 것이 차이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을 비롯한 계열사를 쪼개고 붙여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한 전자부문 수직계열화를 한층 강화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으로 중화학 부문을 정비하고, 삼성증권·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조만간 실적이 악화된 건설 부문에도 메스를 들이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중심의 사업구조를 강화하면서 비 자동차 부문 계열사 간의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최근 중견 건설사인 현대엠코를 현대엔지니어링에 합병했다. 합병사는 화공플랜트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에너지 분야 건설 수주에 힘을 쏟고, 토목과 인프라 사업은 현대건설이 맡는다.
지난해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 부문을 합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계열사는 미래 성장동력인 수소연료전지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 사업에 역점을 둔다는 전략이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복귀 후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과감한 그룹 구조 재편으로 '구조조정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초점은 주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의 사업기반을 강화하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데 맞춰져 있다. 그룹의 신수종사업인 태양광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말 1000억원어치의 한화생명 주식을 처분한 데 이어 자회사 드림파마와 한화L&C의 건축자재 부문 매각을 추진 중이다.
SK그룹은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수감에 따른 경영공백에도 체질개선 작업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10년 동안 운영해온 대표적인 인터넷서비스 사업인 싸이월드를 독립시키고, 인터넷포털인 네이트를 강화하는 등 SK커뮤니케이션즈에 대한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SK네트웍스는 임직원 수를 줄여 조직을 가볍게 만들었다.
아울러 업황이 좋지 않은 건설·해운 부문에서도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경영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권오준 회장을 새 사령탑으로 맞은 포스코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달 취임 일성으로 본연의 철강사업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되, 경쟁력이 떨어지는 비핵심 사업은 중단·매각·통합해 신속하고 과감하게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당분간 신규 투자를 자제하고 계열사의 기업공개(IPO)와 지분매각으로 보유 자금을 늘리기로 했다.
KT는 황창규 신임 회장이 지휘봉을 잡자마자 대규모 인력 감축을 동반한 조직 슬림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명예퇴직을 통한 감원 규모는 전체 임직원의 20%인 60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삼강·파스퇴르유업·후레쉬델리카·웰가·롯데햄을 차례로 합병해 지난해 종합식품회사인 롯데푸드를 출범시켰다.
LG그룹은 흩어져 있던 관련 사업을 모아 자동차부품 사업을 전담하는 VC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미래 경쟁력 확보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GS그룹은 에너지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인수한 STX에너지(현 GS[078930] E&R)를 기존 에너지 부문 계열사인 GS EPS·GS파워와 통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조정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누적돼온 기업 부실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 호황을 누리던 건설·철강·조선·해운·금융 등 국내 주요 산업은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급랭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뒤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STX·동양그룹 사태 이후 정부의 관리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기업 구조조정에 정부의 입김도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채권단의 특별관리를 받는 주채무계열 편입 기준이 강화되면서 대기업 14곳이 새로 관리를 받게 됐다. 지난해 동양사태 직후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현대·동부그룹은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으로부터 실행 속도를 높이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 동부제철 인천공장, 당진항만 등을 팔아 2015년까지 3조원을 조달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등 3개 금융계열사와 현대상선 주요 자산을 처분해 3조3천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동부·현대그룹은 채권단 주도의 고강도 자구계획을 추진하고, KT는 대규모 인력감축에 나섰다. 금융업계에도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다. 실기한 동양·STX·웅진그룹은 이미 해체됐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낡은 성장엔진을 교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기업들의 사업재편도 본격화됐다. 재계의 맏형인 삼성그룹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일류로 살아남기 위한 경영혁신을 강조해온 삼성은 사업의 틀을 새로 짜나가고 있다.
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재계의 '새판짜기'는 외환위기로 전 산업계가 구조조정의 격랑에 휩싸였던 1998년 이후 최대 규모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의 대대적인 사업재편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반도체 공장과 계열사 지분 등 알짜 자산을 팔아 외자를 유치했다면 지금은 세계시장 선두를 지키고자 자발적으로 사업재편에 나섰다는 것이 차이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을 비롯한 계열사를 쪼개고 붙여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한 전자부문 수직계열화를 한층 강화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으로 중화학 부문을 정비하고, 삼성증권·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조만간 실적이 악화된 건설 부문에도 메스를 들이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중심의 사업구조를 강화하면서 비 자동차 부문 계열사 간의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최근 중견 건설사인 현대엠코를 현대엔지니어링에 합병했다. 합병사는 화공플랜트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에너지 분야 건설 수주에 힘을 쏟고, 토목과 인프라 사업은 현대건설이 맡는다.
지난해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 부문을 합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계열사는 미래 성장동력인 수소연료전지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 사업에 역점을 둔다는 전략이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복귀 후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과감한 그룹 구조 재편으로 '구조조정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초점은 주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의 사업기반을 강화하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데 맞춰져 있다. 그룹의 신수종사업인 태양광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말 1000억원어치의 한화생명 주식을 처분한 데 이어 자회사 드림파마와 한화L&C의 건축자재 부문 매각을 추진 중이다.
SK그룹은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수감에 따른 경영공백에도 체질개선 작업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10년 동안 운영해온 대표적인 인터넷서비스 사업인 싸이월드를 독립시키고, 인터넷포털인 네이트를 강화하는 등 SK커뮤니케이션즈에 대한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SK네트웍스는 임직원 수를 줄여 조직을 가볍게 만들었다.
아울러 업황이 좋지 않은 건설·해운 부문에서도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경영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권오준 회장을 새 사령탑으로 맞은 포스코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달 취임 일성으로 본연의 철강사업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되, 경쟁력이 떨어지는 비핵심 사업은 중단·매각·통합해 신속하고 과감하게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당분간 신규 투자를 자제하고 계열사의 기업공개(IPO)와 지분매각으로 보유 자금을 늘리기로 했다.
KT는 황창규 신임 회장이 지휘봉을 잡자마자 대규모 인력 감축을 동반한 조직 슬림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명예퇴직을 통한 감원 규모는 전체 임직원의 20%인 60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삼강·파스퇴르유업·후레쉬델리카·웰가·롯데햄을 차례로 합병해 지난해 종합식품회사인 롯데푸드를 출범시켰다.
LG그룹은 흩어져 있던 관련 사업을 모아 자동차부품 사업을 전담하는 VC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미래 경쟁력 확보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GS그룹은 에너지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인수한 STX에너지(현 GS[078930] E&R)를 기존 에너지 부문 계열사인 GS EPS·GS파워와 통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조정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누적돼온 기업 부실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 호황을 누리던 건설·철강·조선·해운·금융 등 국내 주요 산업은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급랭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뒤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STX·동양그룹 사태 이후 정부의 관리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기업 구조조정에 정부의 입김도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채권단의 특별관리를 받는 주채무계열 편입 기준이 강화되면서 대기업 14곳이 새로 관리를 받게 됐다. 지난해 동양사태 직후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현대·동부그룹은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으로부터 실행 속도를 높이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 동부제철 인천공장, 당진항만 등을 팔아 2015년까지 3조원을 조달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등 3개 금융계열사와 현대상선 주요 자산을 처분해 3조3천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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