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해킹당한 민주주의·자본주의…글로벌 집단지성으로 극복해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노벨평화상 수상자 앨 고어 前 미국 부통령이 말하는 미래
앨 고어, 우리의 미래 / 앨 고어 지음 / 김주현 옮김 / 청림출판 / 532쪽 / 1만9800원
앨 고어, 우리의 미래 / 앨 고어 지음 / 김주현 옮김 / 청림출판 / 532쪽 / 1만9800원
“이제 펼쳐지기 시작하는 미래처럼 위력적인 또는 위험과 기회라는 양면성을 내포한 시대는 없었다.”
유사 이래 인류는 끊임없이 변화의 물결과 마주해야 했다. 변화는 인류에게 문명의 이기를 가져왔고 그 덕에 인간의 삶은 좀 더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기술 발전이 가져온 탈(脫)인간화나 환경문제 등은 아직 인류가 통제하지 못하는 지점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환경보호주의자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사진)은 앨 고어, 우리의 미래에서 “지금 다가오고 있는 미래는 과거에 우리가 예상했던 미래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며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종류 자체가 다르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한 인류의 대처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란 설명이다.
고어는 세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여섯 가지 변화로 △상호 연결성이 높아지는 세계 경제 △수십억 사람의 생각을 연결하고 정보와 지식을 확장시키는 전 지구적 디지털 혁명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정치·경제·군사적인 세계 질서 △지속불가능한 성장의 한계 △생명공학의 혁명적 발달 △인류 문명과 생태계 간의 파괴적 관계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이런 변화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 분석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경계가 사라진 세계 경제를 고어는 ‘지구주식회사’라 부르고 있다. 자본이 노동을 대체하는 이 주식회사는 곧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어 디지털 혁명 안에서 정보 통제, 인간성의 획일화, 프라이버시 문제 등을 지적한다. 미국의 지정학적 세력 상실 결과와 중국 성장의 지속 가능성도 살펴본다.
고어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모두 해킹을 당했다”며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정책 결정은 소수 엘리트 계층에 의해 통제되고 빈부 격차는 커지고 있으며 언론마저 비판적 기능을 상실했다는 잿빛 미래를 예언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낙관론자’라고 부르며 인류가 지구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할 힘이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 선택하는가에 따라 전개될 미래도 달라진다는 것. 고어는 ‘가장 인간다운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단언한다.
해결의 실마리는 ‘디지털 네트워크’의 등장이다. 전 세계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연결해 ‘글로벌 마인드’를 만들어 민주적 협의 과정과 집단적 의사 결정을 가능케 하는 가장 강력한 자원이다. 고어는 “텔레비전의 등장 이후 줄어들던 읽기 활동이 지난 30년간 세 배로 늘었다”며 “인터넷 콘텐츠를 주로 차지하는 것이 인쇄된 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어 “민주주의가 오늘날 냉대를 받게 된 것은 대중의 관심사가 부와 집단적 권력, 권위주의적 독재 권력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이라며 “인터넷시대에는 건강하고 민주적인 담론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희망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고어에 따르면 이미 미래를 결정짓는 싸움은 시작됐다. 그 결과는 ‘지구주식회사’와 글로벌 집단지성인 ‘글로벌 마인드’ 사이의 경쟁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그는 “수많은 싸움터에서 규정과 인센티브를 개혁하는 일은 지속가능한 미래 구축을 위해 헌신하는 개인과 집단에 달려 있다”며 “상호 연대를 통해 얼마나 빠르게 응집될 수 있는지에 따라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고 미래를 점친다.
미국 정치 시스템이 세계 지성의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전제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통제력을 상실한 현재의 미국 정치 시스템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고 있다. 책을 번역한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현재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주요한 동인을 모두 다루면서 이를 치밀한 논리로 연결하고 있다”며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동인들을 과학적 주장으로 세세히 풀어내고 있다”고 평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유사 이래 인류는 끊임없이 변화의 물결과 마주해야 했다. 변화는 인류에게 문명의 이기를 가져왔고 그 덕에 인간의 삶은 좀 더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기술 발전이 가져온 탈(脫)인간화나 환경문제 등은 아직 인류가 통제하지 못하는 지점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환경보호주의자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사진)은 앨 고어, 우리의 미래에서 “지금 다가오고 있는 미래는 과거에 우리가 예상했던 미래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며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종류 자체가 다르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한 인류의 대처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란 설명이다.
고어는 세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여섯 가지 변화로 △상호 연결성이 높아지는 세계 경제 △수십억 사람의 생각을 연결하고 정보와 지식을 확장시키는 전 지구적 디지털 혁명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정치·경제·군사적인 세계 질서 △지속불가능한 성장의 한계 △생명공학의 혁명적 발달 △인류 문명과 생태계 간의 파괴적 관계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이런 변화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 분석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경계가 사라진 세계 경제를 고어는 ‘지구주식회사’라 부르고 있다. 자본이 노동을 대체하는 이 주식회사는 곧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어 디지털 혁명 안에서 정보 통제, 인간성의 획일화, 프라이버시 문제 등을 지적한다. 미국의 지정학적 세력 상실 결과와 중국 성장의 지속 가능성도 살펴본다.
고어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모두 해킹을 당했다”며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정책 결정은 소수 엘리트 계층에 의해 통제되고 빈부 격차는 커지고 있으며 언론마저 비판적 기능을 상실했다는 잿빛 미래를 예언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낙관론자’라고 부르며 인류가 지구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할 힘이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 선택하는가에 따라 전개될 미래도 달라진다는 것. 고어는 ‘가장 인간다운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단언한다.
해결의 실마리는 ‘디지털 네트워크’의 등장이다. 전 세계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연결해 ‘글로벌 마인드’를 만들어 민주적 협의 과정과 집단적 의사 결정을 가능케 하는 가장 강력한 자원이다. 고어는 “텔레비전의 등장 이후 줄어들던 읽기 활동이 지난 30년간 세 배로 늘었다”며 “인터넷 콘텐츠를 주로 차지하는 것이 인쇄된 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어 “민주주의가 오늘날 냉대를 받게 된 것은 대중의 관심사가 부와 집단적 권력, 권위주의적 독재 권력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이라며 “인터넷시대에는 건강하고 민주적인 담론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희망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고어에 따르면 이미 미래를 결정짓는 싸움은 시작됐다. 그 결과는 ‘지구주식회사’와 글로벌 집단지성인 ‘글로벌 마인드’ 사이의 경쟁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그는 “수많은 싸움터에서 규정과 인센티브를 개혁하는 일은 지속가능한 미래 구축을 위해 헌신하는 개인과 집단에 달려 있다”며 “상호 연대를 통해 얼마나 빠르게 응집될 수 있는지에 따라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고 미래를 점친다.
미국 정치 시스템이 세계 지성의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전제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통제력을 상실한 현재의 미국 정치 시스템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고 있다. 책을 번역한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현재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주요한 동인을 모두 다루면서 이를 치밀한 논리로 연결하고 있다”며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동인들을 과학적 주장으로 세세히 풀어내고 있다”고 평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