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4일 이른 저녁,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러나 키움증권 임직원들은 자리를 지켰다. 키움증권에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우리자산운용 인수 확정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키움증권 창립 이래 최대 인수합병(M&A) 건이었다. 결과는 키움증권의 승리였다. 임직원들은 기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즐길 수 있었다.

올해는 키움증권에 도약의 해다. 지난해 말 기준 수탁액 22조원인 우리자산운용 인수를 통해 자산운용업계 7위로 벌떡 일어섰기 때문. 더 치고 나가야 한다는 목표가 생겼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 2위(수수료 기준)라는 괄목할 성과를 거둔 투자은행(IB) 부문의 활약도 기대하고 있다. 키움저축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온라인·모바일 주식거래 시장 지배력은 여전히 든든한 버팀목이다.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1인자를 넘어, 자산운용-IB 부문을 갖춘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목표다.

우리자산운용 안고 도약


키움증권의 우리자산운용 인수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인수를 위해 들인 돈은 총 755억원, 우리자산운용의 자기자본(지난해 9월 말 기준 672억원), 키움자산운용과 시너지 효과 등을 감안할 때 합리적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운용업계 58위였던 키움자산운용은 인수 효과를 등에 업고 단박에 업계 7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키움증권은 우리자산운용의 상품 기획력과 기존 시장 지배력이 결합되면서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자산운용은 2002년 업계 최초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보이는 저력을 보여준 회사다. 다양한 채권형 상품을 내놓는 등 채권 부문에서도 강하다는 평가다. 이런 장점을 살려 나가면서 온라인에 강한 키움증권을 통해 상품 판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모바일거래 300조원 돌파 임박

‘브로커리지 1등’ 키움증권은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더 강하다. 지난해 기준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시장 점유율은 13%대로 1위다. 온라인·모바일 주식거래 시장 점유율은 약 28%로 더 확고하다. 온라인과 모바일 거래자 4명 중 1명 이상이 키움증권 고객이다. 충성도 높은 개인 고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창립 후 5년 만에 온라인 거래 점유율 1위 증권사로 올랐으며 9년 연속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키움증권은 국내 최초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한 ‘누적 거래액 3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까지 키움증권 MTS 누적 거래액은 285조원이다. 경쟁사들보다 2~3개월 늦은 2010년 8월 MTS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내세워 2011년(시장 점유율 26.2%)부터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점유율은 27.3%였다. 월평균 MTS 접속자 수는 2011년 18만명에서 지난해 29만명으로 60% 이상 급증했다. 키움증권은 현재 속도를 유지한다면 5월 중순에는 누적 거래액 300조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맞춤형 모바일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대표 MTS ‘영웅문 S’를 비롯해 선물·옵션 거래 전용 ‘영웅문 SF’, 해외 파생상품과 FX마진 등을 거래할 수 있는 ‘영웅문 SW’, 야간선물·옵션과 미국 주식 등 야간상품 전용 ‘영웅문 SN’, 펀드와 랩을 관리할 수 있는 ‘영웅문 SA’, 태블릿PC용 ‘영웅문T plus’ 등이다.

알짜기업 발굴…IB에서도 약진

키움증권 IPO 전담팀 소속 직원들은 1주일의 반을 지방 모텔에서 보낸다고 한다. 몸이 고단하더라도 후보 고객사들과 접촉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이자 캡티브 마켓(그룹사 내부시장)이 없는 키움증권이 IPO에서 성과를 내는 비결이다. 그 결과 지난해 키움증권 IB 부문의 약진은 증권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2010년 IPO 전담팀을 신설한 지 2년 만에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키움증권은 내츄럴엔도텍 솔루에타 엘티씨 윈팩 테스나 등 중소기업 5개사의 IPO를 주관했다. 키움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2호까지 합하면 6개사 상장 기록이다. 코넥스시장에 상장한 베셀의 지정자문인도 맡았다. 지난해 IPO 건수로는 3위, IPO 수수료 수익 41억원을 올리며 2위를 차지했다.

숨은 우량 기업을 발굴하는 노하우 덕도 컸다. 키움증권은 2010년부터 중소기업 대표들의 모임 ‘키모로’를 운영하고 있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이 직접 챙기고 참여할 정도라고 한다. IPO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 참여하는 키모로를 통해 IPO 후보들을 계속 발굴할 수 있다고 키움 측은 자신한다.

올해 키움증권의 IPO 건수 목표는 작년과 같은 수준인 6개, 많으면 8개다. 올해도 IPO 상위권을 유지한다는 각오다. 2010년 IPO 전담팀과 구조화 금융팀을 만들고, 2012년엔 프로젝트 금융팀을 신설하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