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銀, 가계금융 집중 전략 '한계'…10년새 수익성 4분의 1로 낮아져
미국 씨티그룹이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을 출범하면서 한국 시장에 거는 기대는 컸다. 세계적인 금융회사였기 때문에 한국 금융시장에 몰고 올 변화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아니다. 한국씨티은행을 경쟁 상대로 여기는 국내 시중 은행은 없다.

한국씨티은행은 8일 190개 지점 중 56개(30%)를 6월 말까지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했다. 급속한 수익성 악화에 따른 궁여지책이란 게 일반적 분석이다.

◆인수 초기엔 수익 짭짤

씨티은행은 1967년 지점 형태로 한국에 진출했다. 기업금융 위주로 영업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 주먹구구식이던 국내 금융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10년 전인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해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결과 한국씨티은행의 전체 대출금 가운데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출범 초기 50%대 후반에서 최근 60%대 초반까지 늘었다. 국내 시중은행 평균인 50% 안팎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처음엔 괜찮았다. 씨티그룹으로부터 저금리로 차입한 자금 덕분에 마진율이 상당했다.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로 떼이는 돈도 적었다. 2006년엔 점포를 247개, 직원 수를 4190명까지 늘리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기도 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 안팎으로 국내 은행의 두 배에 달했다. “역시 씨티은행”이란 얘기가 나왔다.

◆기업 소홀해 장기 성장 기반 약화

하지만 성과는 단기간에 그쳤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기업금융보다 가계금융에 집중한 덕분에 기업구조조정의 피해를 피해갈 수 있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저성장 구조가 정착되면서 가계금융 위주의 영업이 한계를 드러냈다. ROE는 2004년 12.42%에서 작년엔 3.74%(대손전입액 차감 전)로 급락했다. 씨티그룹 본사에서는 ‘한국의 수익성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낮다’는 지적이 노골적으로 나왔다.

수익성 회복을 위해 한국씨티은행은 몸집을 줄였다. 작년에만 27개 지점을 축소했다. 덕분에 비용은 줄었지만 이와 더불어 시장점유율도 축소됐다. 예금(원화 기준) 점유율은 2004년 4.5%에서 2012년 2.4%로 떨어졌다. 대출(원화 기준) 점유율도 같은 기간 4%에서 1.8%로 축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씨티은행이 선택한 것이 지점 축소라는 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 철수 안한다”

일부에서는 대규모 지점 통폐합과 맞물려 한국씨티은행이 한국 시장을 떠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한국씨티은행장은 “철수는 아니다”며 “은행을 직접 찾는 고객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점포를 조정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씨티은행은 “통폐합되는 지점의 고객 업무는 인근 영업점에서 담당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계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이 점포를 더 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도 잇따를 것이란 관측이다.

김일규/박한신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