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중 "드라마 한 편은 작은 지구…세상살이 많이 배웠어요"
“떠오르는 태양을 막을 순 없잖아요. 한류스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하기보단 멋있게 지는 걸 고민하고 싶어요.”

지난 4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한류스타 김현중(28·사진)에겐 연예계의 순위 경쟁이 무의미해 보였다. 김수현과 이민호가 최근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경쟁의식이 느껴지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연예계는 억지로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며 “인기를 위해 신비주의로 감추기보단 사람들을 만나 술도 먹고 느끼며 세상을 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난 3일 종영한 드라마 ‘감격시대’에서 주인공 신정태 역을 맡아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방학기 작가의 동명 만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150억원을 들여 1930년대 한·중·일 ‘주먹’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렸다.

“‘드라마 한 편이 작은 지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역, 보조출연자, 무술팀 스태프 등 수백명의 사람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며 인간관계를 배우고 많은 것을 느꼈어요. 작품 면에서는 내가 살기 위해선 남의 것을 빼앗을 수밖에 없는 1930년대의 시대적 현실이 지금과 다를 게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됐고요.”

2005년 5인조 남성그룹 ‘SS501’로 가요계에 데뷔한 그는 올해로 활동 10년을 맞는다. 2009년 국내 방영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계기로 한류스타로 발돋움했다. ‘감격시대’ 제작발표회 때 아시아를 비롯한 그리스 브라질 칠레 이란 등 다국적 팬들이 쌀 화환 18t, 달걀 800개, 연탄 1680장, 사료 600㎏, 라면 160개를 선물로 보내왔다.

“특히 중국 팬 중에 한쪽 다리가 없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기억이 나요. 항상 목발을 짚고 콘서트마다 빼놓지 않고 오죠. 힘든 상황인데도 좌절하지 않고 늘 밝은 모습을 지닌 점을 닮고 싶어요. 오는 6월 말부터는 해외 팬들을 위해 월드 콘서트 투어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에게 아이돌 가수 출신이란 꼬리표를 떼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아이돌 가수 출신이기 때문에 연기 경험이 짧아도 주연을 맡을 수 있었는데 굳이 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 젊은 날을 좋아했던 팬들이 있는데, 제가 배우한답시고 아이돌 출신을 떼어 낸다는 것은 그들에 대한 배반이죠.”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