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되려고 부부가 예술계 인맥 총동원 로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교수 한 명을 채용하는 데 3억원 넘는 거액이 오간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각종 인맥을 동원해 청탁과 뒷돈을 주고받다가 '배달사고'도 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문홍성 부장검사)는 교수 채용 대가로 2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김현자(67) 전 한예종 무용원장을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한예종 총장에게 부탁해 주겠다며 1억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제3자 뇌물취득)로 조희문(57) 전 영화진흥위원장도 구속기소했다.

교수 자리를 얻으려고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정모(49)씨 부부는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원장은 2011년 8월 한예종 무용원 전임교수로 임용된 정씨에게 사례금 명목으로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전공심사위원장을 맡아 심사위원을 추천하는 등 채용을 총괄했다.

정씨는 지원자 38명 가운데 유일하게 면접심사 대상자로 뽑혀 교수로 임용됐다.

김 전 원장은 과거 '춤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정씨를 알게 돼 20년 넘게 사제 관계를 맺어왔다.

그는 정씨를 염두에 두고 2011년 초 신임교수 채용계획을 스스로 짰다.

이를 눈치 챈 무용원의 한 교수가 박종원 당시 한예종 총장에게 교수 채용을 미루자고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정씨에게 채용계획을 알려주며 지원을 권했고 박 전 총장에게는 "한번 만나봐 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의 남편 김모(55)씨도 인맥을 최대한 동원했다.

김씨는 부인의 교수임용이 결정되자 함께 김 전 원장의 집에 찾아가 2억원이 든 통장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07년까지 같은 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한 조 전 위원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 1억2천만원을 건넨 혐의도 있다.

김씨는 한양대 영화학과 선후배 사이인 조 전 위원장과 박 전 총장의 친분을 이용했다.

그는 채용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일자 "총장에게 잘 말해달라. 잘 되면 인사드리겠다"며 청탁하고 사례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박 전 총장 주변의 계좌도 추적했으나 뒷돈이 흘러들어간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위원장이 배달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씨는 2년 동안 교수로 일하다가 지난해 10월 재임용을 거부당해 현재 이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한예종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원의 의뢰로 수사했으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단서가 나오지 않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교수들이 특정 학생의 고득점에 관여한 사실을 부인했고 합격생 부모와 돈거래를 한 내역도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연구비 수억원을 허위 청구한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지난 2월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예종 미술원 이모(57) 교수에 대해서도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에 따라 교수 채용과 신입생 선발 비리, 연구비 횡령 등 한예종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일단 마무리됐다.

한예종은 채용비리 등의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자 지난달 학교 현안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쇄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