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중국 등 신흥국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들의 공세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인도의 아카시(Aakash)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35달러짜리 태블릿 PC를 선보였다. 타타 자동차는 연비가 높고 환경 친화적인 초저가 자동차를 대당 2500달러에 내놓은 바 있다. 중국의 컴퓨터 서버회사인 도닝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슈퍼컴퓨터를 선보이며 HP, 델 등과 경쟁하고 있다. 하이얼은 기존 와인 냉장고의 반값도 안 되는 신제품을 내놓아 북미시장 점유율을 60%까지 끌어올렸다. 화웨이는 네트워크 장비사업에 뛰어들어 중국에서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누리던 시스코시스템스에 도전했다.

이들 기업이 최근 글로벌 기업을 긴장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가격 경쟁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품질과 기능에서도 기존 제품과 격차를 줄였다. 제품의 다양성도 갖췄다. 게다가 저가 틈새시장에서 점차 프리미엄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신흥국 기업의 공세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기업들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상대 기업의 저가 공세에 가격 경쟁력으로 맞대응이 곤란한 경우 디자인과 성능을 개선하고 브랜드와 경험을 차별화한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덴마크 명품 가전기업인 뱅앤올룹슨을 들 수 있다.

둘째, 경쟁의 축을 바꿔 시장 지위를 지키는 것이다. 1970년대 고가 고품질로 대변되는 스위스 시계산업은 일본 기업의 저가 공세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스와치그룹은 스타일과 디자인을 더욱 강조한 스와치 브랜드를 출시해 시계의 경쟁 포인트를 기능성에서 스타일로 변화시켰다.

셋째, 제품의 경쟁 범위를 확대해 솔루션 사업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솔루션 확대 전략은 신흥국 기업들이 쉽게 모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저가 공세를 물리칠 강력한 수단이다. IBM은 가격전쟁터로 변한 컴퓨터제품 시장에서 발을 빼고 정보기술(IT) 서비스와 컨설팅을 주력으로 하는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했다. 앞으로 신흥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는 갈수록 심해지고 시장 판세도 바뀔 것이다. 국내시장에서 신흥국 기업의 영향력은 아직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상황은 아니다.

신흥국 기업의 저가 공세 어떻게 대응할까
대응책은 다양하다. 질레트처럼 센서, 마하 3, 퓨전 등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출시해 고객의 기대수준을 높일 수 있다. 1980년대의 인텔처럼 기존 주력사업을 과감히 접고 더 강점이 있는 분야로 특화한 경우도 있다. 애플처럼 아예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기업 환경과 강점, 산업 특성은 다 다르지만 기업이 어떤 미래를 그려나가느냐가 핵심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 질레트 등은 획기적인 서비스, 저원가 전략의 모범사례다.

이들 기업은 고객의 관점에서 제품을 혁신하는 한편 수익성 확보를 위한 원가 혁신도 실천한다. 신흥국 기업의 저가 공세에 맞서고 시장을 선도해야 할 국내 기업들에 이들의 사례는 큰 의미를 던져준다.

최병현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bhchoi@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