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위조업자에 4만위안 지급 승낙…지난달 제4의 문서도 위조
'공모관계' 국정원 직원들 추가 사법처리 가능성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 국가정보원 비밀요원과 협조자를 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14일 "문서가 위조됐다"는 중국대사관 측 회신 내용이 공개되면서 증거 조작 의혹이 불거진 지 45일만에, 지난 7일 공식 수사체제로 전환한 지 24일만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31일 국정원 대공수사팀 김모 기획담당 과장(일명 김 사장·57·구속)에게 형법상 모해증거위조 및 모해위조증거 사용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허위공문서 작성,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등의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은 김 과장의 지시를 받고 문서를 위조해 건넨 국정원 협조자 김모(61·구속)씨는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를 제외한 4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김 과장은 지난해 12월 7∼9일 경기도 분당 등에서 김씨를 만나 간첩 혐의를 받는 유우성(34)씨의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중국 싼허(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의 정황설명서를 반박하는 내용의 문서 입수를 요구했다.

김씨가 "가짜를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하자 김 과장은 "걱정말라"며 위조를 부탁했다.

중국으로 들어간 김씨는 싼허변방검사참의 관인을 구해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위조업자가 수수료 4만위안(약 740만원)을 요구하자 김 과장에게 이를 보고한 뒤 승낙을 받았다.

같은달 15일 귀국한 김씨로부터 답변서를 건네받은 김 과장은 검찰을 거쳐 이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김 과장은 유씨 수사팀에서 활동하다 중국 선양(瀋陽) 총영사관 부총영사로 파견 간 권모 과장(51)과 함께 답변서가 마치 싼허변방검사참에서 직접 발급받은 것처럼 허위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이 영사에게 지시했다.

이들 국정원 직원은 중국 측이 위조로 지목한 나머지 2건의 문서, 즉 중국 허룽(和龍)시 공안국에서 발급했다는 유씨의 출입경기록, 이 기록이 '허룽시에서 발급된 것이 맞다'는 허룽시 공안국의 사실조회서의 위조에도 개입했다.

앞서 김 과장과 권 과장은 내부회의를 거친 뒤 지난해 10월 중국 내 또다른 협조자 김모씨로부터 위조된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건네받았다.

검찰이 해당 출입경기록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선양영사관에 공문을 보내자 김 과장과 권 과장은 가짜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사실조회서까지 입수했다.

이들은 11월 27일 두 차례에 걸쳐 국정원 내 사무실에서 발신번호를 조작, 마치 허룽시 공안국에서 직접 사실조회서를 보낸 것처럼 가장했고 이 영사는 송부받은 문서를 대검에 전달했다.

김 과장은 증거 조작 의혹이 불거지기 불과 보름여 전인 지난 2월 초 다시 협조자 김씨를 만나 재차 유씨의 출입경기록과 공증서를 위조하라고 지시한 뒤 이를 입수한 사실도 이번 수사에서 확인됐다.

특히 이 문서는 허룽시의 상급청인 중국 옌볜(延邊)주 공안국 출입경관리국의 관인을 위조해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과장과 협조자 김씨에게 적용된 형법상 모해증거위조 및 사용죄는 수사·재판을 받는 사람 또는 징계 혐의자를 모해(謨害)할 목적으로 증거를 위조하거나 위조된 증거를 사용한 경우 적용된다.

법정형은 통상적인 증거위조죄의 갑절인 징역 10년 이하다.

사문서위조 및 행사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날 김 과장과 김씨를 우선 사법처리한 검찰은 이른바 국정원 '윗선'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한 뒤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검찰은 수사 체제로 전환한 지 5일 만에 관련자 중 가장 먼저 김씨를 체포해 지난 15일 구속했다.

김 과장은 국정원 직원 중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19일 구속 수감됐다.

자살을 기도했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인 권 과장과 이 영사 등은 김 과장과 공모 관계에 있는 만큼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김 과장과 권 과장의 직속 상관인 이모 대공수사처장 등 이른바 국정원 '윗선'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한 뒤 이르면 이번 주말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김계연 김동호 기자 pdhis959@yna.co.krdada@yna.co.kr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