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빚을 지게 된 건 2012년. 갑자기 카드회사로부터 대금 연체를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 쓴 적이 없는 돈이라 처음엔 장난전화인 줄 알았다. 뒤늦게 알고 보니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 온 단짝 친구가 개인정보를 도용해 신용카드를 만들어 쓰고 빚을 낸 것이었다. 친구는 이미 잠적한 뒤였다. 피해 원금은 4250만원. 고향인 경남 창원에서 미용사 일을 하던 그에게는 갚기 힘든 돈이었다. 13개월을 연체했고 이자만 1350만원으로 불어났다.
“그전까지는 한 번도 카드 대금 연체가 없고 세금도 꼬박꼬박 잘 냈죠. 사람들과 섞이는 게 싫고 직장까지 찾아오는 추심업체 직원을 피해 창원 거제 서울 속초로 계속 옮겨 다녔습니다.”
그러다 김씨는 신문과 뉴스 등을 통해 행복기금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다. 출범하자마자 신청했고 두 달 후쯤 수혜 대상자가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는 이자 전액과 원금의 절반가량을 감면받았고, 매달 19만1000원씩 갚아 나가고 있다. 상환기간은 10년이다.
그는 빚 때문에 중단했던 봉사활동을 얼마 전부터 다시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 장애인복지관에 나가 머리를 손질해 주는 재능기부다. 그는 “행복기금 덕분에 나보다 힘든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며 웃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