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세력' 유착 우려…검찰도 개선방안 법리검토

'일당 5억원 황제노역' 논란을 일으킨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 사건으로 지역법관(향판) 제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은 국민의 법 감정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면 지역법관 제도의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밝혀 어떤 변화가 올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당 5억원' 판결을 한 허 전 회장의 1·2심 재판장은 모두 임용 이래 줄곧 광주·전남 지역에서만 오래 근무한 이른바 '향판'이다.

해당 권역에서만 근무하는 지역 법관은 예전에는 통상 '향토 법관'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다가 2004년부터 명칭은 지역법관, 전보 제한 기간은 10년, 전보 범위 지역은 각 고등법원 관할 내로 하는 것으로 정착됐다.

지역법관제는 서울·수원·인천 등 수도권 지역과 그 외의 지역을 순환하는 이른바 '경향교류제'와 함께 법관 인사의 양대 원칙이다.

지역법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도권 지역으로 보임되지 않는다.

사실상 법관 생활의 대부분을 지방에서만 보내기 때문에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재판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토착 세력과의 유착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2011년에는 법정관리 기업의 관리인에게 자신의 친구를 변호사로 선임하도록 한 혐의로 '향판'인 선재성 당시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고법 부장)가 기소되기도 했다.

선 판사는 변호사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에서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2013년 1월 대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을 확정받았다.

여러 잡음이 계속 불거지면서 대법원은 2012년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개선안을 마련했고 2013년 2월 정기인사부터 이를 반영해 인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효과가 극히 미미해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개선안의 핵심은 지역법관 인사교류 활성화를 통해 지역별 편중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권역·직급별로 적절한 '지역법관 비율'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경우 인사 교류를 하며, 당사자가 희망한다면 일정기간 타 권역에서 근무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지역법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는 경향교류 법관을 많이 배치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정기인사에서 이를 반영해 인사를 했지만, 종전과 비교해 권역별 지역법관 구성비율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는 법관에 대해서는 사실상 인사 교류에서 강제성이 없는데다 타 권역에서 근무하겠다는 자원자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기준으로 권역별 지역법관 비율은 대전 38%, 대구 46%, 부산 31%, 광주 27%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역법관제의 전반적인 운용 현황과 개선 방안을 본격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법원은 25일 "지역법관제로 인해 국민 전체의 법 감정에 반하는 재판이 이루어진다는 오해와 비판이 있다면 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역법관제는 잦은 전보 인사에 따른 재판의 효율성 저하 방지 등의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검찰청도 26일 황제 노역 논란과 관련해 허씨가 노역을 중단하고 벌금 254억원을 내도록 할 방안이 있는지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이신영 기자 zoo@yna.co.kr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