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4일 정상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타결을 언급하면서 오는 5월께 11차 협상을 앞두고 있는 한·중 FTA 협상이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 쏠린다.

[한·중 헤이그 정상회담] 韓·中 정상 "연내 FTA 타결 위해 노력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중 정상의 이날 회담이 협상타결에 가속도를 붙이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정상들이 큰 틀에서 합의를 하면 실무자들은 잔가지를 빠르게 쳐가면서 쫓아갈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의 일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한·중 FTA에 대해 ‘높은 수준의 FTA’를 맺기로 합의한 직후 2단계 협상이 빠르게 진행됐고, 이달 21일에는 양측의 양허(개방)안까지 공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중 FTA의 성사 여부는 중국보다는 한국 측의 정치적 상황 전개에 달려 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올해 쌀관세화 결정과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참여선언 등 정치적 부담이 큰 현안들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농어민 등 이익집단의 강력한 반발이 예고돼 있는 한·중 FTA 타결문제를 무척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상황이다.

현재 한국은 석유화학과 전기전자(IT) 기계 등에 대한 관세를 먼저 없애자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자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농수산물과 섬유 의류 등에 대한 관세를 먼저 인하하자는 입장이다. 양국의 비교우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태에서 협상을 타결시키려면 서로 조금씩 양보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중국산 제품의 대규모 국내 유입으로 피해를 보게 될 제조업체나 농어민들의 반발을 어떻게 누그러뜨리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FTA로 피해를 봤다고 판단되는 제조업체에 무역조정지원제도의 대출금리를 현재 3.27%에서 2.7~2.8% 수준으로 낮춰주고, 농가엔 피해보전직불금을 현재 피해 금액의 90%까지에서 ‘90% 이상’으로 올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한·중 FTA의 민감성을 약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와 7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정치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최근 FTA 및 TPP 관련 토론회를 잇따라 열고 있는 야당의 반발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김우남 민주당 의원은 “농어업 예산의 확대가 수반되지 않는 재탕, 삼탕의 보완대책들을 던져 놓고 그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권이 한·중 FTA와 쌀 관세화 문제를 ‘패키지’로 묶는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경우 우리 통상당국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