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가상화폐 공중 투하 작전이 시작됐다.

아이슬란드 '오로라코인'으로 경제 회생 실험 나선다
1990년대부터 금융산업을 키워 6%대 경제성장률과 4만달러가 넘는 1인당 국민소득을 기록하던 아이슬란드 경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한순간에 몰락했다. 이후 아이슬란드 정부는 국부 유출을 우려해 폐쇄적인 외환정책을 폈고 이에 불만을 가진 개발자들이 직접 만든 가상화폐 오로라코인을 앞세워 경제 회생 실험에 나섰다.

아이슬란드 기업가이자 개발자인 발데르 오딘슨이 이끄는 개발자팀은 25일부터 33만 아이슬란드 국민에게 오로라코인을 무료로 배포한다. 국민의 자발적 사용을 유도해 독자적인 화폐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오로라코인은 비트코인 리플 라이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약 1300억원) 기준 4위의 가상화폐로 비트코인과 비슷한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국민 한 명에게 지급하는 오로라코인은 31.8개로 약 38만원의 가치를 지닌다.

아이슬란드 정부의 외환 규제는 국제무역과 해외 투자는 물론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위축시켰다. 오딘슨은 “지난 5년간 정부는 모든 외환을 중앙은행에 적립하도록 강제했다”며 “수익금을 환급받지 못할 위험 때문에 외국인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환 규제가 국민의 복리를 저해한다”며 “돈을 찍고 관리하는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이 발권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점은 비트코인류 가상화폐의 특징이다.

세계 어느 곳으로나 손쉽게 송금할 수 있는 오로라코인을 이용하면 굳이 외환을 이용하지 않고도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국제무역과 외국인 투자를 늘려 아이슬란드 경제에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최종 발행량이 미리 정해져 있어 물가 상승에 의한 화폐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50여년간 아이슬란드 크로나화는 물가 상승으로 99.5%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