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쪽으로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가방은 이쪽으로 놔주세요."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1호 법정 앞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동양에 대한 '회생계획안 심의·의결 집회'에 참석하려고 법원에 나온 채권자들이다.

900여 명의 인파가 30분 사이 갑자기 몰리면서 복도에서는 신경이 날카로워진 채권자들의 고성이 나왔다.

소지품 검사를 요구하는 경위에게 "왜 들어가는 것을 막느냐"는 중년 남성의 격한 목소리가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다.

사기성 회사채·기업어음(CP)에 투자해 돈을 날린 피해자인 이들은 이날 ㈜동양이 제시하는 채무 변제 계획 등을 검토·의결했다.

회생계획안이 가결되려면 찬성 채권자의 담보 채권액은 4분의 3, 무담보 채권액은 3분의 2 이상이 돼야 한다.

법원은 OCR(광학용 문자 판독) 카드를 배포해 이름 및 의결권액, 찬반 여부 등을 표시하도록 한 후 OCR기기로 결과를 집계했다.

담보 채권액 95%, 무담보 채권액 69%의 채권자 찬성으로 안은 가결됐다.

이에 따라 법원은 ㈜동양의 회생 계획안을 인가했다.

이날 집회는 예정보다 20분 늦은 10시 20분에 시작돼 3시간 가량 진행됐다.

심리를 맡은 파산6부 윤준 수석부장판사는 "참담한 마음으로 법원에 오신 것으로 안다"며 "많은 분들의 집회 참석을 보장하기 위해 개정을 조금 늦추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집회에서는 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 서원일 의장은 '채무 변제뿐 아니라 윤리적 경영체계를 만들기 위해 어떤 장치를 마련했는지', '임원의 임면에 채권자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등을 물었다.

재판부는 "기존 이사진을 교체할 예정"이라며 "채권자의 의견을 수렴해 능력 있고 공정성 있는 인물을 새 관리인으로 뽑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퇴직금을 채무변제에 사용할 의향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박철원 동양 대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법원의 방침을 따르겠다"고 답했다.

"하소연할 곳이 없어 이곳에 왔다"며 울먹이는 피해자, 변제·청산 기간을 줄이라며 성난 목소리를 높이는 채권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현재 ㈜동양을 비롯해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가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법원은 14일 동양네트웍스, 18일 동양시멘트, 20일 동양인터내셔널의 회생계획안을 각각 인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