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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정마루 조문환 사장, 젊은층 사로잡은 '빈티지 마루' 덕에…"불황에도 꿋꿋이 성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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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나만의 공간' 꾸미려는 젊은층 공략
    색상·디자인 다양화 해 30여종 출시

    오래된 아파트 리모델링 겨냥
    대리점 시판으로 영업망 넓혀

    20년 마루바닥재 노하우 접목
    건자재 침체에도 차별화 승부수
    年16% 성장…올 매출 400억 목표
    조문환 구정마루 사장(오른쪽)이 최근 목동의 강서총판 오기성 대표를 찾아 시장동향을 듣고 빈티지제품 등 신제품 개발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조문환 구정마루 사장(오른쪽)이 최근 목동의 강서총판 오기성 대표를 찾아 시장동향을 듣고 빈티지제품 등 신제품 개발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지난해 건자재업계는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건설경기 위축으로 수주가 줄고 매출이 격감했다. 문을 닫은 업체도 속출했다. 그런 가운데 마루업체인 구정마루는 작년 매출이 350억원으로 2012년보다 50억원 늘었다. 올해는 400억원으로 목표를 잡고 있다. 어떤 비결이 있는 것일까.

    ‘사장님, 재고를 확보해 주세요. 주문이 크게 늘어날 것 같습니다.’

    조문환 구정마루 사장(58)의 휴대폰에 최근 찍힌 문자메시지다. 보낸 사람은 서울 지역의 모 대리점 사장이다. 조 사장이 요즘 환한 표정을 짓는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구정마루는 마루전문업체다. 올해 창업 20년을 맞는다.

    그는 최근 3년간 힘든 시절을 보냈다. 물론 조 사장만 힘들었던 것은 아니다. 건자재업계 전체가 몇 년 동안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건설경기 침체 때문이다.

    구정마루 조문환 사장, 젊은층 사로잡은 '빈티지 마루' 덕에…"불황에도 꿋꿋이 성장했죠"
    구정마루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종업원을 120명에서 50여명으로 줄였다. 경비도 최대한 절감했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 중견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졌다. 주로 건설업체에 마루제품을 납품하던 이 회사 역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작년부터 이 회사는 매출이 성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년 매출이 16.7%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비결이 무엇일까.

    첫째, 다양한 디자인으로 젊은 층을 공략한 것이다. 프로방스나 산토리니 등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색상과 낡은 스타일(빈티지풍)의 마루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충주 출신의 조 사장은 대학 졸업 후 외국기업에 근무하다가 지인의 권유로 마루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는 고급 원목마루에 집중하며 그동안 타워팰리스 하이페리온 부산센텀시티 등에 납품했다. 거침없는 성장가도를 달리던 이 회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부동산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동안 단풍나무 오크 등 고급 원목마루에 집중하던 그는 기업성장세가 한계에 부닥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연 매출은 300억원 안팎에서 정체됐다.

    그러던 그에게 직원들과 대리점들의 건의가 이어졌다. 젊은 풍의 디자인을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원목의 무늬결을 그대로 살린 고상한 마루만이 제대로 된 마루라고 고집해 온 그로선 밝은 노란색이나 연두색 파란색과 흰색 마루를 생산한다는 것은 ‘코페루니쿠스적인 전환’이었다.

    “아 도대체 이런 희끄무레한 회색빛 마루를 누가 깐단 말인가.”

    오랫동안 자신의 고집을 관철해온 조 사장은 이번에는 젊은 직원과 대리점 사장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 뒤 ‘아트맥시강’이라는 제품을 선보였다. 바닥이 회색이나 파란 색으로 칠해져 있고 폭이 넓은 데다 곳곳에 빈티지스타일로 작은 홈이 파여 있는 제품이다. 낡은 시골교실 마루 같았다.

    이들 디자인은 프로방스나 스페인 혹은 산토리니 주택의 색감과 일맥상통했다. 개개의 마루 조각을 볼 때는 ‘이게 무슨 마루인가’하고 생각할 정도로 볼품이 없었다. 하지만 마루 바닥을 완공한 뒤 주변의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마치 유럽의 어느 한적한 시골에 와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멋있었다.

    뜻밖에도 이런 제품에 젊은이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유럽 배낭여행을 해 본 젊은이들은 신혼집을 꾸미면서 “마침 찾고 있던 제품이 나왔다”고 반가워했다. 이런 바닥재는 국내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든 제품이다. 몇몇 제품에 대해선 의장등록을 출원했다. 여기에는 회색 흰색 그린색 검정 코발트빛 카키색 등 수십 종이 있다.

    더불어 ‘헤링본(herringbone) 스타일’의 제품도 수십종 선보였다. 청어뼈를 닮아 이름 붙여진 헤링본은 일명 ‘갈매기 시공’으로 불리는 것으로 사방으로 수평이나 직각으로 바닥재를 시공하는 게 아니라 ‘V자’로 시공하는 것이다. 이 역시 국내에선 파격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국적인 분위기가 나는 데다 클래식한 느낌을 줘 개성 있는 공간을 꾸미려는 고객들의 주문이 이어졌다.

    이들을 포함해 전통 마루인 오크 티크 월넛 등의 마루에서도 고강도 특수나노코팅 등을 통해 신혼부부의 아이들이 바닥을 긁어도 좀처럼 자국이 남지 않는 고강도 바닥재를 내놓았다. 이를 위해 대리점 사장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그는 “앞으로 마루 시장은 젊은 층과 리노베이션 시장이 주도할 것”이라며 “이런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부지런히 대리점을 다니며 소비자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도 서울 목동 1단지에 있는 강서총판 오기성 대표를 찾아 최근의 시장동향을 경청했다.

    둘째, 단체납품에서 과감하게 시판으로 중심축을 전환한 것이다. 그동안 대형건설사에 대한 납품이 마케팅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건설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이 회사는 과감하게 마케팅을 대리점 중심의 리노베이션 시장으로 돌렸다.

    조 사장은 “오래된 대단위 아파트단지의 집안 개보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신축시장보다는 차라리 이 시장이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매출의 70%가량을 차지하던 대형건설사에 대한 판매물량이 올해는 50%로 떨어지고 대리점을 통한 시중판매가 5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셋째, 20년 동안 마루바닥재 한우물을 파면서 쌓아온 노하우다. 이 회사의 생산 인력은 변동이 심했지만 기획과 디자인 마케팅 등 중심 인력은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시장 동향을 신속히 파악하고 이를 마케팅과 접목시켰다. 이 과정에서 전통 원목마루에서 아프리카 수종의 특이한 색상과 무늬의 제품을 국내에 소개했고 내구성을 강화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마루 분야의 개척자 역할을 해왔다. 국내 실정에 안 맞는 제품은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디자인과 색상 시공기법을 개발해왔다.

    조 사장은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국내 아파트에는 PVC장판을 깐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마루로 대체되고 있다”며 “이는 주거 문화가 잠자는 곳에서 즐기며 휴식하는 곳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정마루 조문환 사장, 젊은층 사로잡은 '빈티지 마루' 덕에…"불황에도 꿋꿋이 성장했죠"
    그는 “이제 마루시장은 4세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이 시장의 선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세대가 오크 단풍나무 체리를 기본으로 한 원목 중심의 마루시대였다면 2세대는 아프리카수종 등 다양한 컬러의 특수 수종, 3세대는 내구성을 강화한 마루시대, 4세대는 빈티지풍 헤링본 시공 등 다양한 디자인을 갖춘 시기라고 정의했다.

    조 사장은 “마루업계도 디자인이나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면 문을 닫는 업체들이 줄을 잇는 환경”이라며 “앞으로 부동산경기가 풀리든 안 풀리든 업체 간의 차별화는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디자인을 강화한 개성 있는 제품으로 승부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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