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역사의 건전지 업체 로케트전기가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13년 감사보고서에 대해 외부감사인이 ‘감사의견 거절’을 내면서 상장사의 지위를 유지하기도 힘들어졌다.

로케트전기는 20일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이 업체는 업황 악화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787억원, 영업손실 97억원, 순손실 31억원을 내며 3년째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73.8%에 달한다.

상장폐지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거래소는 관계자는 “감사의견 거절은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된다”며 “이의 신청과 정리매매 등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한 18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도 이날 철회했다. 회사 관계자는 “영업손실, 대손충당금 설정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주가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며 “주주들의 반발이 심해 유상증자를 철회한다”고 말했다.

로케트전기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0.69% 떨어진 259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월15일 621원에서 2개월 만에 58.2% 급락했다.

1946년 설립된 호남전기가 전신인 로케트전기는 1990년대 후반 휴대폰 보급으로 무선호출기(삐삐) 건전지 수요가 급감한 이후 성장세가 꺾였다.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경영난에 빠진 로케트전기는 1998년 구조조정 차원에서 건전지 브랜드인 ‘로케트’를 질레트(현재 P&G)에 양도했다. 이후 로케트전기는 로케트 브랜드의 건전지를 P&G에 독점 공급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해 왔다.

최근 국내 건전지 업체들은 ‘에너자이저’ ‘듀라셀’ 등 외국 브랜드에 밀려 설자리가 좁아진 상황이다. 로케트전지와 더불어 토종 건전지의 명맥을 유지해 온 벡셀도 2003년 모기업의 부도로 법정관리를 거쳐 2005년 주인이 바뀌는 운명을 겪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