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빨라지는 '마하경영'
삼성이 20일 내부 전산망인 ‘싱글’을 통해 모든 임직원에게 ‘마하 경영’의 4대 강령을 배포했다. 마하 경영은 이건희 회장이 2002년 4월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하려면 비행기 설계뿐 아니라 엔진과 소재, 부품 등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할 만큼 혁신이 필요하다”며 사장단 회의에서 제시한 경영철학이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정체 등의 위기 상황을 마하 경영으로 돌파하자고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번에 구체적인 행동 강령을 제시하면서 직원들과 본격적인 철학 공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이날 싱글에 마하 경영의 개념 및 등장 배경과 함께 4대 추진 방향을 올렸다. 세부 추진 방향으로는 △신사업 발굴과 신시장 개척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 △획기적 신상품·신기술 개발로 미래의 변화 흐름 선도 △경영 전 분야에 대한 총체적 근본적 변화 추진 △도전과 창의, 소통과 상생이 살아 숨쉬는 기업 실천 등을 꼽았다.

삼성은 마하 경영 실천에서 가장 먼저 신사업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앞으로 10~20년을 책임질 신수종 사업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소재와 바이오 분야를 언급하며 지속적인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상품과 기술로 변화의 흐름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단순히 현재 제품을 개선하는 수준이 아닌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삼성만의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기술의 융·복합과 관계사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제시했다.

경영 전 분야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도 강조했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제도와 관행을 타파하고 21세기 환경에 맞는 경영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 감동과 초일류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자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와 협력사와의 상생을 제시했다. 다양한 인재가 열린 생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유연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돕자는 것이다. 또 협력업체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통해 사회공헌도 확대하자고 당부했다.

이 회장이 1993년 주창한 ‘신경영’이 지난해로 20년을 맞았다. 올해는 창립 75주년으로 100주년까지 25년이 남았다. 지난 20년간 신경영을 화두로 글로벌 일류기업이 된 삼성이 앞으로 25년을 이끌 새로운 사고방식을 정립하고 있다는 게 삼성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50만명 가까운 직원을 한 방향으로 이끌려면 그에 걸맞은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