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투자자문의 김정우 대표(45)는 지난달 홍콩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세계 20위권 헤지펀드인 미국 이튼파크에서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최형규 씨를 영입했다. 정환종 밸류시스템투자자문 대표(34)는 미국에 근거지를 마련했다. 지난해 6월 국내 처음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허가를 받아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사진 왼쪽부터 정환종 밸류투자자문 대표, 김정우 쿼드투자자문 대표, 이민국 안다자산운용 대표, 용환석 페트라투자자문 대표
사진 왼쪽부터 정환종 밸류투자자문 대표, 김정우 쿼드투자자문 대표, 이민국 안다자산운용 대표, 용환석 페트라투자자문 대표
한국 증시의 ‘젊은 고수’들이 잇따라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소규모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많은 게 특징이다.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 같은 글로벌펀드를 만들겠다”(정 대표)는 꿈을 가진 것도 공통점이다.

의기투합해 해외에 공동 진출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안다자산운용은 가치투자로 잘 알려진 VIP투자자문과 합작으로 홍콩에 거점을 만들었다. 안다의 이민국 대표(50)가 작년 7월 홍콩 자산운용사 ‘페더스트리’의 지분 35%를 인수할 때 VIP투자자문이 투자금 40%를 지원한 것.

반면 용환석 페트라투자자문 대표(49)처럼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네트워크 확대형도 있다. 용 대표는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글로벌 가치투자자 모임인 ‘밸류인베스팅콩그레스’에 초대돼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강연한다. 그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조만간 해외시장에 거점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이들은 ‘작지만 큰’ 성과를 조금씩 내고 있다. 밸류시스템투자자문은 국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아 ‘미국 주식 전용 일임투자상품’을 운용 중이다. 페트라투자자문은 작년 1600억원 규모 북유럽 국부펀드 자금을 유치한 데 이어 미국 대학기금 자금 500억원을 받는 데 성공했다. 쿼드투자자문은 홍콩에 전담팀을 꾸렸다. 해외주식 ‘롱쇼트’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기업가치에 비해 값이 싼 종목이 한국 시장에 100개 정도 있다면 미국 주식시장엔 줄잡아 600~700개가 있다”며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면 굳이 한국 대형주만 포트폴리오에 담을 필요 없이 가치주만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소형 투자자문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정우 대표는 “한국 시장이 더 안전하다고 할 수 있지만 글로벌 펀드를 만들기 위해 해외시장에 도전했다”며 “지속적이며 안정적 수익 창출이란 투자철학을 구현해 한국의 퀀텀펀드가 태어나는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