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1일까지 충무아트홀
배역과 연기에 몰입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을 듯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프랑켄슈타인’이길래 30~40대 건장한 남자들을 연습 때마다 펑펑 울게 만들까. 올해 개관 10년을 맞은 충무아트홀이 창작 뮤지컬계 ‘킬러 콘텐츠’를 꿈꾸며 세계 시장을 겨냥해 만든 야심작이 지나치게 ‘감정 과잉’이나 감상적으로 흐르진 않을까.
지난 11~16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진행된 ‘프리뷰’ 공연은 미뤄 생각한 이런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무대는 스펙터클하고, 음악은 장중했다. 4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한 공연답게 영미권 대작에 견줄 만한 블록버스터 뮤지컬의 위용을 드러냈다.
대본을 쓴 왕용범 연출은 원작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창작의 나래를 마음껏 펼친다. ‘나폴레옹 전쟁’에 일본 공상과학 만화에 나올 듯한 ‘인조 인간’ 제조 실험 장면이 튀어나온다. 마녀사냥과 흑사병이란 자극적인 소재가 동원되고, 돈에 눈이 멀어 살인을 저지르는 장의사도 등장한다. 친구와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대신 바치는 고귀한 희생정신도 무대화된다. 빅터가 ‘생명창조’에 이르는 과정은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다소 황당하고 작위적인 설정에도 물 흐르듯 매끄러웠다.
극은 빅터와 괴물의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되는 2막부터 질척거린다. 뮤지컬이 재창조한 빅터와 괴물의 캐릭터에는 참신한 부분도 있다. 둘 사이에는 창조주와 피창조물의 관계를 넘어 동성애적 코드도 엿보인다. 하지만 두 캐릭터의 고통과 아픔, 슬픔을 무대에서 너무 많이 드러낸다. 배우가 흐느끼고 울어대고 절규하는 장면이 주는 극적 감동도 반복되면 지루해진다. 비슷한 감성의 뮤지컬 넘버도 마찬가지다. “창작 뮤지컬의 가장 큰 약점은 대본과 드라마”라는 한 평론가의 지적이 새삼 생각나는 무대였다.
국내 뮤지컬계의 고질적인 ‘음량 조절’ 문제도 여전했다. 음악 자체의 힘보다 음량의 크기로 객석을 압도하려는 시도는 멈춰야 한다. 본 공연은 18일부터 5월11일까지, 6만~13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