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계가 글로벌 해운 1~3위 회사의 연합체인 ‘P(프로젝트)3’ 출범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P3는 덴마크의 머스크, 스위스의 MSC, 프랑스의 CMA-CGM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의 주요 노선 시장점유율은 최고 48%에 이른다. 국내 해운사는 3사의 연합체가 공동 운항을 시작하면 공격적인 저가 운임 정책을 펴 경쟁자들을 고사시킨 다음 운임을 올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1~3위 '선사 연합' 출범…해운업계 긴장
16일 국내 해운사들의 모임인 선주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3일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에 “P3의 출범은 반경쟁적 효과가 명백한 만큼 철저히 검토해 경쟁을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구제조치를 부과해 달라”는 건의서를 냈다. P3 네트워크가 지난달 4일 공정위에 기업결합 승인 신고서를 제출했는데 이 승인을 가급적 늦추거나 조건부로 해 달라는 취지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최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잇달아 연합체를 구성하는 중이다. 현대상선이 속해 있는 ‘G6’나 한진해운이 속한 ‘CKYHE’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세계 1~3위인 회사들이 뭉치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시장점유율이 높아져 사실상 경쟁이 사라지는 효과가 생겨서다.

또 P3는 단순히 짐 교환(선복교환·VSA)을 목적으로 하는 G6 등보다 한층 높은 단계인 기업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 별도 법인(운항센터)을 설립하고 3사가 총 200명을 파견해 운영할 예정이다. 사실상 한 회사처럼 움직이겠다는 뜻이다.

P3의 출범은 당장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구조조정 중인 국내 대형 해운사들에 큰 위협이다. 세계 곳곳에 전용 터미널을 두고 연료 효율성이 뛰어난 대형 선박을 가진 P3가 저가 운임 정책을 쓰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지난해 한진해운이 4억달러 규모 은행보증부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을 때 일부 은행은 “P3가 출범하면 한진해운의 경쟁력이 떨어져 향후 채권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이유로 보증을 거절했다.

국내 해운사들은 P3 출범을 막기 위해 공정위 등에 호소하는 것은 물론 중국 해운사 등과도 연대할 계획이다. 양홍근 선주협회 상무는 “공정위에 P3 기업결합 승인을 보류하거나 운임 담합 등을 적발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조건을 부과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선주협회는 또 오는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주포럼에서 중국 등의 협조를 얻어 P3 기업결합의 반경쟁적 요소를 부각한다는 구상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