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별그대' 한류 지속은 현지화가 관건
중국에서 불고 있는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여주인공 천송이 역의 전지현이 “눈 오는 날엔 치맥이라는데…”라고 한 대사 덕에 코리아타운의 한국식 치킨집들은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극중에서 전지현이 입었던 의상이나 화장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한다. 남주인공 도민준 역의 김수현은 국빈 대접을 받으며 중국 장쑤성 TV의 한 예능프로에 출연했다. 초청자가 제공한 전세기를 타고 가 여덟 시간 머무르는 대가로 300만위안(약 5억217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별그대’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서 조회 수 25억건을 넘었다. 중국 권력서열 6위인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도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별그대’를 극찬하며 “중국에서는 왜 이런 드라마를 못 만드느냐”고 한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처럼 중국 내 ‘별그대’ 열풍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에서 본격 한류붐을 일으킨 ‘대장금’ 열풍 때도 없던 일이다.

필자는 최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10개국에서 한류에 관한 심층면접과 초점집단토론을 실시했다. 필자가 만난 중국인들은 한류가 중국 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한류가 중국 전통문화에 미치는 충격을 걱정하며 중국의 대중문화 실종 현상을 우려했다. ‘별그대’ 열풍을 1면에 소개했던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별그대’가 자국 문화에 대한 중국인의 자부심에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중국 언론매체와 방송·연예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한 항한류(抗韓流) 발언의 강도도 세지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한국 문화가 중국 전통문화에서 유래된 하위문화이며 한국이 중국 문화를 도용해 쓰고 있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 역사를 왜곡하고 있으며, 한류가 중국 문화를 침략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류 콘텐츠는 평범하고 독창성이 없어 한류의 지속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이들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싸이(본명 박재상)의 ‘강남스타일’로 한류가 새로이 폭발했고, 중국에서 영영 사그라질 것 같던 한국 드라마가 ‘별그대’로 인해 다시 부상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제 한류의 지속성장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강남스타일’의 유례없는 성공을 ‘혼종화(混種化)’의 결과로 이해한다. 혼종화의 실천은 20세기 후반 급속히 진행된 글로벌화의 지배적 문화현상으로서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한류가 중국, 더 나아가 전 세계를 무대로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파되는 문화와 수용하는 문화가 화합 내지 융화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한류는 문화적인 교류가 결여된 채 일방적인 흐름으로서의 전파자 역할만 담당했으나, 이제는 현지문화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방적인 문화의 흐름은 오해와 불신을 낳고, 반한류를 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별그대’는 400년 전에 별에서 온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비현실적인 소재를 담고 있다. 그러나 ‘별그대’의 기적은 창조적인 아이디어에 근거한 발상의 전환으로 이뤄졌다. 한류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재미있고 참신한 소재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현지 문화를 잘 알고 현지 정서에 맞게 프로그램을 접목할 수 있는 한국인 프로듀서나 컨설턴트, 문화 코디네이터 양성도 필요하다. 이제 한류가 전 세계 곳곳의 현지 문화에 뿌리를 깊게 내리면서 현지 문화와 상호 교환하는 쌍방향 소통의 길을 찾아 함께 발전하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익기 < 동국대 사회학 교수 ikki@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