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기 포스코 정기주주총회/연합뉴스
제 46기 포스코 정기주주총회/연합뉴스

권오준 회장 "비핵심사업 구조조정…철강 본원경쟁력 회복에 중점"

'철강 명가(名家) 재건'을 기치로 내건 포스코 권오준호(號)가 14일 공식 출범했다.

포스코는 이날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제46기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권오준 사장(기술부문장)을 제8대 회장으로 선임했다.

권 신임 회장은 2017년까지 자산규모(공기업 제외) 기준 재계 6위의 거대 철강그룹을 이끌게 됐다.

권 회장은 "글로벌 철강시장의 심각한 공급과잉으로 포스코가 자랑하던 경쟁우위도 곧 사라질 위기에 있다"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토대로 철강 경쟁력을 높이고 재무·조직구조를 쇄신해 세계 최고의 철강사로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 회장은 '포스코 더 그레이트'(위대한 포스코)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고 경영 전반의 쇄신을 위해 '혁신 포스코 1.0'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더 그레이트는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포스코는 전했다.

권 회장은 이를 위해 ▲ 철강사업 본원 경쟁력 강화 ▲ 선택과 집중을 통한 미래 신성장동력 육성 ▲ 사업구조 효율화 및 재무구조 개선 ▲ 조직·제도·기업문화 등 경영인프라 쇄신 등 4대 혁신 과제를 제시했다.

방만하게 벌여놓은 비핵심사업을 손보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당분간 양적 성장을 위한 신규 투자를 중단한 가운데 사업적합도, 시장 매력도 등을 따져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중단·매각·통합 등 과감하고 신속한 조처를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성장동력 가운데 리튬·니켈 등의 원천소재와 연료전지, 청정석탄화학 등 클린에너지 사업은 그룹 역량을 집중해 임기 내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이날 오후 경북 포항의 포스코 본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창조경영·화목경영·일류경영을 통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위대한 포스코를 건설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자랑, 대한민국의 자존심이었던 포스코가 신용등급은 떨어지고 주가는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성장이 아니라 생존마저 위협받는 지경까지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슈퍼사이클이 끝나가는데도 외형성장을 추구한 결과가 지금 우리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임직원 모두가 일류라는 자만과 허울을 벗어 던지고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한다"고 했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신속히 벗어나기 위한 비상계획이자 또다른 50년을 준비하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한 간부는 "철강산업이 장기 침체에 따라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기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리더가 되주길 바란다"며 "신임회장을 중심으로 전 직원이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지역민들도 권 회장 체제의 포스코가 한층 성장하기를 바라는 가운데 포항시 관계자는 "포스코 발전이 곧 철강도시 포항의 발전"이라며 "포항 발전에 포스코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신임회장이 더욱 신경을 써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영주 출신인 권 회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와 미국 피츠버그대(공학박사)를 졸업한 뒤 1986년 '포스코맨'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유럽연합(EU)사무소장, 포스코 기술연구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 포스코 기술부문장 등을 두루 거치며 철강 분야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왔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김진일 사장(철강생산본부장), 이영훈 부사장(재무투자본부장), 윤동준 부사장(경영인프라본부장) 등의 새 사내이사 선임 안건도 통과됐다.

이들은 연임된 장인환 부사장(철강사업본부장)과 함께 권 회장의 경영활동을 보좌한다.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변호사,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 3명은 새 사외이사로 확정됐다.

이로써 기존에 이창희 서울대 교수, 제임스 비모스키 두산 부회장, 신재철 전 LG CNS 사장, 이명우 동원산업 대표 등과 더불어 7명의 사외이사 진용을 갖췄다.

이사회 의장에는 이창희 교수가 선임됐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장에서는 포스코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임원 보수한도(70억원) 승인 안건의 철회와 함께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약 15분간 의사 발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서울·포항연합뉴스) 임상현 전성훈 기자 shlim@yna.co.kr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