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그린본드(green bond)’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그린본드는 환경친화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그린본드 발행 규모는 29건, 112억달러(약 12조원)로 전년보다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11건, 37억8000만달러어치가 발행됐다. FT는 그린펀드 성장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열리는 오는 9월까지 그린본드 시장 규모를 200억달러로 두 배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정상회의까지 적어도 500억달러는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씨티, 크레디아그리콜, JP모간체이스 등 주요 은행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친환경 프로젝트 범위 등 그린본드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도 시장 확대에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친환경 프로젝트에는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지속가능한 폐기물 관리 및 토지 이용, 생물 다양성 보전, 청정운송, 정수 등이 포함됐다. 매릴린 세시 JP모간체이스 이사는 “가이드라인이 그린본드 시장에 투명성을 제공하고 투자자의 신뢰도를 높여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자본 배분을 늘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린본드는 대부분 세계은행, 유럽투자은행 등 국제기구가 발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국 에너지기업 SSE, BoA메릴린치 등 민간에서의 발행이 늘고 있다.

프랑스 전력회사 EDF는 지난해 11월 유로화 표시 그린본드 19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만기는 7년6개월, 금리는 연 2.25%였다. 당시 발행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스위스 보험사 취리히인슈어런스그룹은 10억달러의 초기 목표와 함께 세계 최대 그린본드 투자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