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찐 머리에 제복을 입고 캐리어 백을 끌고 다니며 단정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뽐내는 승무원은 여자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키가 크고, 늘씬한 사람만 승무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승무원을 할 수 있는 여자는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승무원이 되는 과정이 쉽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어렵게 승무원이 되고 나서 직업을 전향한 사람들이 있다. CJ오쇼핑 동지현 쇼호스트나 NS홈쇼핑 김봉희·조유경 쇼호스트가 그렇다. 특히 대한항공 승무원에서 쇼호스트가 된 동지현은 지난해 24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스타 쇼호스트로 직업 전향 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승무원보다도 더 각광받는 직업인 쇼호스트의 매력이 대체 무엇인지, 직접 승무원 출신의 예비 쇼호스트를 만나 쇼호스트를 꿈꾸는 이유를 들어봤다.

▲ 낮에 쉬던 승무원을 유혹한 `홈쇼핑`

‘홈쇼핑스쿨’에서 쇼호스트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정민지(26세) 씨는 22세부터 3년 동안 승무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하늘에서 하는 일이다 보니까 건강이 많이 안 좋았어요. 요즘에는 승무원을 오래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건강이 받쳐줘야 오래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승무원은 평생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이힐을 신고 오랫동안 서 있는 것은 물론이고 높은 곳에서 무거운 짐을 꺼내는 일도 다반사라 나이 들어서 계속 일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결혼한 뒤 육아와 승무원 생활을 병행하기 힘들기 때문에 결혼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전문분야를 찾은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쇼호스트를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 씨는 “홈쇼핑을 좋아해요. 홈쇼핑을 보면 무조건 사요. 하하. 승무원은 보통 4일 동안 일하고, 2일을 쉬어요. 쉬는 동안에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도 친구들은 낮에 일을 하니까 낮에 할 것이 없어요. 그러다 보면 홈쇼핑 방송을 보게 되죠”라고 홈쇼핑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홈쇼핑을 많이 보다 보니까 제가 저기(홈쇼핑 현장)서 직접 진행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워낙 말하는 것을 좋아해서 더 그랬어요. 왠지 제가 한 자리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바로 사표를 던지고, 다음날 홈쇼핑스쿨에 등록했어요”라며 자신감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 승무원의 친절함과 상냥함, 쇼호스트 되면 `버리세요`

쇼호스트에 대한 애정이 있고, 자신감도 넘치는 정 씨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승무원을 하면서 배게 된 습관 때문이다. 항상 친절하고 상냥해야 되는 승무원의 특성상 딱딱하게 굳어 있던 것이 몸에 남아 있는 것이다.

정 씨는 “저는 ‘다나까 체’가 익숙해서 고객과 친숙하게 대화하는 느낌이 안 든다고 혼나요. 또한 ‘사주세요’라는 분위기를 풍긴대요. 고객과 동등한 위치에서 말하지 못하고,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많이 신경 쓰고 있긴 한데, 아직도 저도 모르게 그런 습관이 나와요. 언제쯤 괜찮아질까요?”

울 것 같은 눈으로 귀여운 투정을 부리던 정 씨에게 어떤 쇼호스트가 되고 싶냐고 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뀐다. 정 씨는 감성적인 소구를 이용해 고객의 마음을 사는 GS홈쇼핑 정석남 쇼호스트를 닮고 싶다고 한다.

“특강에서 몇 번 뵌 적이 있는 정석남 쇼호스트는 항상 ‘감성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그런데 홈쇼핑을 보면 가격이나 상품 구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제가 생각해도 그렇게 될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얼마 전에 정석남 쇼호스트가 실제로 정수기를 판매하는 모습을 봤는데, 말씀하신대로 감성적으로 접근하시더라고요. 정수기가 아니라 마음을 판매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감동받았어요. 저도 정석남 쇼호스트처럼 마음을 파는 쇼호스트가 되고 싶어요.”

▲ 쇼호스트는 `즉흥PT`가 스터디예요

승무원에서 쇼호스트의 길로 들어서기까지 신이 나게 이야기하던 정 씨는 쇼호스트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얻느냐고 하자 뾰로통한 표정으로 불만을 토로한다. `억대 연봉 쇼호스트`, `스타 쇼호스트` 등의 수식어로 순식간에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쇼호스트이지만 직업의 역사가 길지 않아서 관련된 정보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 씨는 "정말로 정보를 얻기 힘들어요. 뭐든지 다 나온다는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도통 찾을 수 없어요. 그래서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스터디를 하고 있어요. 저희끼리 커리큘럼을 짰어요. 모두에게 부족한 점을 찾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다음에 각자가 부족한 점을 세심하게 살펴봐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쇼호스트는 짧은 순간에 상품의 장점을 파악해서 재미있게 어필해야 돼요. 대본도 없는데, 방송 시간도 짧지 않아요. 말문이 막히지 않으면서 말이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 순간에 눈에 걸린 상품을 놓고 서로 PT(프레젠테이션)를 해요. 카페에서 즉흥적으로 하기 때문에 창피하기도 하고 어처구니없는 말 때문에 폭소하기도 하지만 스터디를 하면서 실력이 많이 늘어요."(사진=홈쇼핑스쿨)

한국경제TV 블루뉴스 김지은 기자

kelly@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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