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봄날'은 가나
LG패션의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는 최근 1년간 롯데백화점 점포 12곳에서 ‘퇴점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봄 3개, 가을 6개에 이어 이달 초 3개를 더 뺐다. 연 매출 3000억원으로 국내 아웃도어 시장 10위권인 라푸마가 왜 이런 푸대접을 받았을까.

LG패션은 “외형 성장보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매장 조정”이라고 하지만 백화점 쪽 설명은 다르다.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매출이 감소세를 보여 계약 만료에 맞춰 철수시켰다”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중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때 연간 30%대에 이르던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던 브랜드들이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정환 노스페이스 이사는 “폭발적 성장기는 지났고 경쟁력 있는 브랜드만 살아남는 적자생존 시대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라푸마는 롯데백화점 12개 점포를 포함해 지난 1년간 백화점 15곳에서 매장을 뺐다. 매출이 정체하거나 감소세를 보인 탓이다. 이랜드 역시 6년 전 들여온 영국 브랜드 ‘버그하우스’ 매장을 올 상반기까지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LS네트웍스와 F&F도 론칭한 지 1년도 채 안 된 ‘픽퍼포먼스’와 ‘더도어’를 지난해 접었다. 스페인 아웃도어 ‘터누아’를 들여와 매장 90여개를 운영하던 라페스포츠는 부도를 내 지난 3일 법원에 화의신청을 했다. 신재훈 블랙야크 마케팅본부장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나 독특한 콘셉트를 구축하지 못한 곳은 조만간 대거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패션연구소의 전망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성숙 단계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시장 규모는 8조원으로 지난해보다 15%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두 자릿수의 성장률이긴 하지만 2009~2011년 30%대 성장을 구가하던 데 비하면 성장 속도는 주춤해지고 있다.

아웃도어 '봄날'은 가나
업체들의 고민은 이번 겨울 영업실적에서 더욱 잘 느껴진다. 현대백화점의 전년 동월 대비 아웃도어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9월 21.8%에서 12월엔 8.2%로 꺾였다가 올 1, 2월에는 4%대까지 떨어졌다. 수요 부진에 예상밖의 포근한 날씨까지 겹쳐 상당수 업체들이 재고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매출 부진에 선두주자들도 쫓기는 모습이다. 업계 1위(작년 매출 7168억원)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노 세일’ 원칙을 버리고 신상품을 포함한 전 상품을 20% 싸게 파는 브랜드 세일 행사를 처음으로 열었다. ‘블랙야크’ ‘K2’ ‘네파’ 등도 신상품 가격까지 내리면서 손님 모으기에 나섰다. 미국 ‘파타고니아’, 일본 ‘몽벨’, 스웨덴 ‘하그로프스’ 등도 현지의 높은 명성과 달리 국내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평가다.

이호석 롯데백화점 선임상품기획자(CMD)는 “아웃도어 시장 성장세는 아직 유지되고 있지만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브랜드들의 낙오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유승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