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지난해 미국 내 로비자금을 크게 늘렸다.

8일(현지시간) 미국의 정치자금 추적·조사 전문 민간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그룹은 자회사인 삼성전자아메리카와 현지 전문 로비업체 ‘에이킨 검프’ 등을 통해 122만달러(약 12억9500만원)의 로비자금을 지출했다. 이는 2012년(88만달러)보다 38.6%나 증가한 수치다. 미 정치권에 대한 삼성의 로비 자금은 처음으로 지난해 100만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 액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그룹이 미국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로비자금 지출의 목적은 상당수가 지식재산권(IP) 침해, 특허 소송 등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을 염두에 둔 로비 활동으로 보인다. 로비 대상 기관으로는 연방하원이 8건으로 가장 많았고 연방상원(7건)과 교육부(6건),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국(ITA)과 상무부(각 3건) 순이었다. 삼성그룹은 이와 별도로 삼성전자를 통해 지난해 1만달러의 로비자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사인 애플은 지난해 337만달러의 로비자금을 쓰며 사상 최고액을 갈아치웠다. 337만달러는 전년보다 71.1%나 많은 액수다. 애플도 하원(24건)과 상원(23건)을 중심으로 특허남용축소법 등 주로 특허 관련 법안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

지난해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정치권에 가장 많은 로비자금을 쏟아부은 업체는 구글이었다. 구글은 지난해 1406만달러의 로비자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이 각각 1049만달러와 719만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외에 HP(692만달러)와 페이스북(643만달러) IBM(595만달러)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521만달러) 인텔(439만달러) 아마존(346만달러) 등이 10위권 내에 들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