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연장 찾는 名士…'예술 코리아' 이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오는 4월24일부터 27일까지 저녁 일정을 다 비워 놨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국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나흘 내내 관람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7월 국립오페라단 후원회장을 맡은 박 회장은 공연장을 찾을 때마다 출연자와 제작 스태프에게 치킨 등 간식을 통 크게 쏘곤 한다.

지난달 14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열린 ‘국립오페라단 2014년 후원회의 밤’ 공연은 박 회장이 직접 기획·연출했다. 프로그램과 곡목, 콘셉트를 짜고 성악가, 출연 배우 등도 선정했다. 박 회장은 “라 트라비아타, 라 보엠, 돈 카를로 등을 좋아한다”며 “그룹 직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콘서트에선 사회도 보는데, 소통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 회장뿐만 아니다. 정·관계와 재계의 많은 유명 인사들이 클래식 오페라 발레 무용 국악 연극 뮤지컬 등 공연을 즐기고, 예술인을 격려하며, 다양한 후원 활동을 벌인다. 박근혜 대통령도 올 들어 영화 ‘넛잡’과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관람했다. 주요 공연장과 예술단체 관계자들이 꼽는 ‘공연장을 자주 찾는 명사’들은 누구일까.

김영호 일신방직 회장, 유승필 유유제약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류진 풍산 회장 등은 국립오페라단 공연을 빼놓지 않고 보는 오페라 마니아다. 박찬욱 영화감독은 국립오페라단뿐 아니라 LG아트센터와 서울시립교향악단 등도 자주 찾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라 바야데르’ ‘롤랑프티’ ‘호두까기 인형’ 등 국립발레단 공연을 관람했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막내딸이 국립발레단 부설 발레아카데미를 다니면서부터 발레 공연을 즐겨 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과 박진원 두산 사장은 지난해 열린 국립발레단 공연을 빠뜨리지 않고 모두 관람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뮤지컬 ‘고스트’와 ‘맘마미아’ ‘영웅’ 등을 관람했다. 친분이 돈독한 연극배우 손숙 씨의 공연은 빠짐없이 본다. 지난해 9~10월 손씨가 주연한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공연장도 찾았다. 손씨는 “정 의원과는 오랜 친구 사이”라며 “공연 ‘쫑파티’에도 자주 와서 밥값을 내준다”고 말했다.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도 친분 있는 연극배우 박정자 씨의 공연장에 모습을 자주 드러낸다.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연극계에서 ‘가족’ 대우를 받는다. 손 고문의 큰딸 원정씨는 연극평론가, 사위 김동현 씨는 극단 ‘코끼리맘보’를 이끌고 있는 중견 연극연출가다. 손 상임고문은 “정치를 하지 않았으면 연극배우가 됐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연극을 좋아한다. 오 전 시장의 부인 송현옥 씨(세종대 교수)도 극단 ‘물결’ 대표를 맡고 있는 연극연출가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해 3월 장관 취임 전에는 명동예술극장에 올려진 공연을 빠뜨리지 않고 봤을 만큼 연극을 좋아한다. 장관이 된 뒤에도 ‘바냐 아저씨’ 등을 관람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도 지난해 명동예술극장 제작 공연을 모두 관람한 연극 마니아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국악계의 ‘빅 공연’이 열리는 곳에는 어김없이 나타난다. 윤 회장은 창신제, 고국향 등 국악행사를 연간 20~30차례 열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국악 공연 팬이다. 국립국악원 후원회장을 맡고 있으며 중소기업인 초청 ‘국악신년음악회’를 매년 열고 있다.

송태형/이승우/김인선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