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종합화학은 일본 JX에너지와의 파라자일렌(PX) 합작공장을 오는 6월 완공한다. 합작사 설립은 작년 초부터 추진해왔으나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세울 때 100% 지분을 보유토록 하는 공정거래법 규제 탓에 투자가 지연돼왔다. 그러나 지난달 정부가 이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을 개정함에 따라 본격적인 투자를 통해 공장을 건설할 수 있게 됐다. 같은 규제로 외국 기업과 합작사 설립을 진행하지 못했던 SK루브리컨츠와 GS칼텍스도 올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이들 세 회사의 올해 신규 투자액만 2조3000억원에 달한다.

600대 기업 투자 2014년 6% 늘린다
경제민주화 바람이 잦아드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자 투자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매출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총 투자 규모가 132조991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6일 발표했다. 시설투자 규모는 103조981억원, 연구개발(R&D) 투자는 29조893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9%, 6.9% 증가했다. 김용옥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600대 기업 중 255개사가 투자를 늘리겠다고 응답해 투자를 줄이겠다는 기업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작년보다 6.5% 증가한 86조원을, 비제조업은 5.4% 늘어난 4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제조업 가운데서는 석유화학 업종의 투자 증가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년 대비 72.5%를 증액하기로 했다. 이는 올 들어 정부가 석유화학 업종 관련 기업 규제를 완화해준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달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 기업과 합작해 증손회사를 세울 때 지분을 100% 확보하지 않아도 되게끔 관련 규정을 바꿨다.

이 규제 완화로 SK종합화학은 올해 9763억원, SK루브리컨츠는 3100억원, GS칼텍스는 1조원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또 울산공장 증설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에쓰오일을 위해 인근 석유공사 부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에쓰오일은 이 부지를 확보함에 따라 올해 1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석유화학 업종 외에는 자동차·부품 업종이 올해 투자를 작년보다 20% 이상 늘리기로 했다.

전경련은 올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린 건 규제 완화와 함께 경제민주화에서 경제 활성화로 정부 정책기조가 바뀌면서 경영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확산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은 규제”라며 “투자를 더 촉진하기 위해선 산업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별로 규제개혁 목표를 할당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명/배석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