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돈 빌려 투자' 사상최대…하락 신호?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투자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늘어난 대출금이 다시 주가를 밀어 올리는 일종의 선순환까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자의 위험한 베팅은 급격한 주가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주식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리는 ‘증권담보대출(margin debt)’ 잔액이 지난 1월 4513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기록했던 3814억달러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증권담보대출은 S&P500지수가 바닥을 친 2009년 1730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가 주가 상승과 함께 다시 꾸준히 늘어났다.

증권담보대출 증가를 반드시 위험한 신호로 볼 수는 없다. 건전한 대세상승장에서는 오히려 투자자의 위험 감수 성향이 강해졌다는 긍정적 신호로 읽히기도 한다. 추가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시장 과열로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돈을 빌리면서 대출 잔액이 급증하는 경우다.

FT는 역사적으로 증시가 정점일 때 증권담보대출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대출 급증은 하락장(베어마켓)을 알리는 서곡이자 경고 신호라는 뜻이다.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증권사들은 돈을 빌려 주식을 산 투자자에게 추가 증거금을 요구한다. 이른바 ‘마진콜’이다. 투자자는 돈을 갚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팔아야 한다. 이는 주가 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최근 정보기술(IT)과 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나스닥 바이오테크지수는 16.4% 상승했다. 페이스북이 최근 인터넷 메신저 업체 와츠앱을 19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것을 IT 업계의 버블로 보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당분간 투자자들이 주식 투매에 나서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투자자문사 에드워드존스의 케이드 원 투자전략가는 “노란 불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시장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상승장 막바지에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아직 관망세로 돌아설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특히 투자자들은 이례적으로 추웠던 겨울이 끝나면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회복되면서 주식시장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