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사실상 내전상태로 치닫고 있다. 친러시아계 무장세력이 크림자치공화국의 주요 도시와 공항을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로 도피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최대 도시인 심페로폴의 정부청사를 점령한 친러시아계 무장세력은 28일 새벽 현지 공항까지 장악했다.

이들은 의회를 장악하고 오는 5월25일 우크라이나에서 분리해 러시아로 들어갈지를 묻는 주민투표 실시안을 통과시켰다. 친우크라이나 시위대도 이곳에서 시위를 시작해 무력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르면 이번 주말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이 심페로폴을 직접 방문할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국경지대 순찰을 위해 전투기까지 급파했다.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은 28일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전날 러시아 전투기의 엄호를 받으며 이곳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위한 싸움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에 군사지원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보다. 푸틴 대통령은 그간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공식 언급을 피해왔다. 하지만 야누코비치를 보호하기로 결정한 것은 사실상 현재 과도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가 한 걸음 더 나아가 크림자치공화국에 군사를 파견하면 우크라이나가 ‘신냉전’의 근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푸틴은 내각 대통령에게 “우크라니아에 대한 지원 방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아르세니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에 150억달러(약 15조972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우리는 응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야체뉴크 총리는 “야누코비치 집권기간 차관 370억달러(약 40조원)가 국고에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리히텐슈타인 정부는 야누코비치 정권 인사들의 자산을 동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