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한경 연중기획] 갖고 있는 기술, 시장에 억지로 끼워 맞추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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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업가정신인가 <2부> 혁신기업의 산실, 실리콘밸리를 가다
(4) 기술 기반으로 시장 읽는다
IT기업 부사장직 내 던지고 40대 초반에 창업한 존 슈뢰더 맵알 CEO
"창업 실패한 동료들 20년간 보며 얻은 교훈은 시장을 몰랐다는 것
시장의 빅데이터 흐름 본 후 확신 갖고 창업해 성공
아이디어·기술 이전에 시장 읽는 눈부터 먼저 키워야"
(4) 기술 기반으로 시장 읽는다
IT기업 부사장직 내 던지고 40대 초반에 창업한 존 슈뢰더 맵알 CEO
"창업 실패한 동료들 20년간 보며 얻은 교훈은 시장을 몰랐다는 것
시장의 빅데이터 흐름 본 후 확신 갖고 창업해 성공
아이디어·기술 이전에 시장 읽는 눈부터 먼저 키워야"
빅데이터 솔루션 업체인 맵알의 최고경영자(CEO)인 존 슈뢰더의 창업 계기는 특이하다. 14년 전만 해도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그는 많은 동료가 창업하기 위해 회사를 떠났다가 망하는 모습을 숱하게 봤다. 그때마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탁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능력 있는 창업자들이 왜 망할까’를 따져봤다. 그런 실패 사례 연구과정에서 창업 욕구가 조금씩 싹을 피웠다.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있는 맵알 본사에서 만난 슈뢰더 CEO는 “실패 이유를 제대로 따져보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라며 “미래 기술과 시장의 흐름에 대한 확신이 서는 순간 곧바로 내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창업 당시를 회고했다.
43세 ‘늦깎이 창업’이었지만 치밀한 실패 연구를 거쳐 회사 간판을 내건 덕분에 벤처기업인들이 흔히 겪는 고통을 피할 수 있었다. 2개 회사를 세워 제값을 받고 대기업에 매각했고 세 번째 회사인 맵알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놨다. 맵알은 매년 두 배씩 매출이 늘고 있다.
맵알은 빅데이터의 핵심 기술을 기업용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회사다. 최근 들어 실리콘밸리의 최대 화두는 빅데이터 시장 선점이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정보기술(IT) 회사뿐 아니라 금융사와 유통업체, 병원들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맵알은 창업한 지 4년 만에 전 세계 500개가 넘는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할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구슬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서던일리노이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슈뢰더 CEO는 졸업 뒤 바로 취직해 캔들, 사익, 컴퓨웨어 등 다양한 IT 회사에서 일했다. 이 과정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창업 대열에 당당하게 합류하는 동료들을 봐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3년을 버티지 못했다.
슈뢰더 CEO는 “창업을 택한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이 갖고 있는 기술을 시장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했을 뿐 이를 활용해 어떻게 시장을 열어갈 것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엔지니어들과 달리 시장을 알고 있었다.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컴퓨웨어에서 마케팅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시장을 바라보는 안목을 갖게 된 것이다. 달리 말하면 좋은 구슬을 꿰어서 보배로 만들 수 있는 창업 성공의 열쇠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2001년 첫 창업 때만 해도 가족들은 반대했지만 그는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실제로 파일시스템 가상화 솔루션 회사를 차려 6년 뒤 글로벌 스토리지 1위 기업인 이엠씨에 팔았다. 2007년 세운 데스크톱 가상화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는 설립한 지 2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했다.
다음 창업 아이템은 ‘21세기의 원유’라 불리는 빅데이터로 정했다. 슈뢰더 CEO는 “아직 빅데이터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불어나는 정보의 양과 유통의 가속화에 관심을 가졌었다”고 말했다.
투자자와 기업들을 상대로 창업 첫 단계인 시장조사는 마쳤지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문제였다. 기술력을 가진 파트너를 찾다가 구글 검색 인프라팀에서 일하던 M C 스리바스를 소개받았다. 공동창업을 머뭇거리는 스리바스에게 슈뢰더 CEO는 “빅데이터 시대가 오고 있는데 누구도 제대로 된 기술에 투자를 안 하고 있다”며 “설사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다가올 미래에 반드시 쓸 데가 있는 기술”이라고 집요하게 설득했다. 그렇게 탄생한 기업이 맵알이다. 당연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스리바스가 맡았다. 슈뢰더 CEO가 구글로 찾아가 그를 만난 지 꼭 9개월 만이었다.
맵알은 창업하자마자 벤처캐피털 5곳으로부터 900만달러(96억5000만원)를 투자받았다. 창업한 지 2년 만에 베타 프로그램을 내놨고 이내 38개 기업과 공급 계약을 맺었다. 그는 “맵알 자본금이라곤 내 시간과 노력, 오랜 경험, 그리고 스리바스 CTO가 IBM, 구글 등에서 쌓은 기술력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기회는 시장에 있다
맵알은 삼성전자, LG CNS 같은 한국 회사들을 포함해 전 세계 500곳 이상의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슈뢰더 CEO는 “은행이나 보험사 같은 금융 분야엔 1200개, 유통 쪽에서는 2000개 정도의 서버가 맵알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 창업한 회사들처럼 맵알의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년 매출이 두 배씩 뛰면서 급성장하고 있어 팔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조만간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예정이다. 그는 “효율적으로 IPO를 추진하기 위해 최근 선마이크로시스템즈에 있던 임원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다”고 말했다.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겐 무엇보다 ‘시장성이 있는가’를 먼저 살펴본 뒤 사업 방향을 정할 것을 주문한다. 그런 뒤 기술력을 확보하고 영업 방식을 결정하라는 것이다. 그는 “기술만 믿고 창업에 뛰어들지 말고 사업성부터 판단하라”며 “기회는 시장에 있다”고 조언했다.
새너제이=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있는 맵알 본사에서 만난 슈뢰더 CEO는 “실패 이유를 제대로 따져보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라며 “미래 기술과 시장의 흐름에 대한 확신이 서는 순간 곧바로 내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창업 당시를 회고했다.
43세 ‘늦깎이 창업’이었지만 치밀한 실패 연구를 거쳐 회사 간판을 내건 덕분에 벤처기업인들이 흔히 겪는 고통을 피할 수 있었다. 2개 회사를 세워 제값을 받고 대기업에 매각했고 세 번째 회사인 맵알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놨다. 맵알은 매년 두 배씩 매출이 늘고 있다.
맵알은 빅데이터의 핵심 기술을 기업용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회사다. 최근 들어 실리콘밸리의 최대 화두는 빅데이터 시장 선점이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정보기술(IT) 회사뿐 아니라 금융사와 유통업체, 병원들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맵알은 창업한 지 4년 만에 전 세계 500개가 넘는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할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구슬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서던일리노이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슈뢰더 CEO는 졸업 뒤 바로 취직해 캔들, 사익, 컴퓨웨어 등 다양한 IT 회사에서 일했다. 이 과정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창업 대열에 당당하게 합류하는 동료들을 봐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3년을 버티지 못했다.
슈뢰더 CEO는 “창업을 택한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이 갖고 있는 기술을 시장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했을 뿐 이를 활용해 어떻게 시장을 열어갈 것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엔지니어들과 달리 시장을 알고 있었다.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컴퓨웨어에서 마케팅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시장을 바라보는 안목을 갖게 된 것이다. 달리 말하면 좋은 구슬을 꿰어서 보배로 만들 수 있는 창업 성공의 열쇠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2001년 첫 창업 때만 해도 가족들은 반대했지만 그는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실제로 파일시스템 가상화 솔루션 회사를 차려 6년 뒤 글로벌 스토리지 1위 기업인 이엠씨에 팔았다. 2007년 세운 데스크톱 가상화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는 설립한 지 2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했다.
다음 창업 아이템은 ‘21세기의 원유’라 불리는 빅데이터로 정했다. 슈뢰더 CEO는 “아직 빅데이터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불어나는 정보의 양과 유통의 가속화에 관심을 가졌었다”고 말했다.
투자자와 기업들을 상대로 창업 첫 단계인 시장조사는 마쳤지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문제였다. 기술력을 가진 파트너를 찾다가 구글 검색 인프라팀에서 일하던 M C 스리바스를 소개받았다. 공동창업을 머뭇거리는 스리바스에게 슈뢰더 CEO는 “빅데이터 시대가 오고 있는데 누구도 제대로 된 기술에 투자를 안 하고 있다”며 “설사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다가올 미래에 반드시 쓸 데가 있는 기술”이라고 집요하게 설득했다. 그렇게 탄생한 기업이 맵알이다. 당연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스리바스가 맡았다. 슈뢰더 CEO가 구글로 찾아가 그를 만난 지 꼭 9개월 만이었다.
맵알은 창업하자마자 벤처캐피털 5곳으로부터 900만달러(96억5000만원)를 투자받았다. 창업한 지 2년 만에 베타 프로그램을 내놨고 이내 38개 기업과 공급 계약을 맺었다. 그는 “맵알 자본금이라곤 내 시간과 노력, 오랜 경험, 그리고 스리바스 CTO가 IBM, 구글 등에서 쌓은 기술력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기회는 시장에 있다
맵알은 삼성전자, LG CNS 같은 한국 회사들을 포함해 전 세계 500곳 이상의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슈뢰더 CEO는 “은행이나 보험사 같은 금융 분야엔 1200개, 유통 쪽에서는 2000개 정도의 서버가 맵알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 창업한 회사들처럼 맵알의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년 매출이 두 배씩 뛰면서 급성장하고 있어 팔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조만간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예정이다. 그는 “효율적으로 IPO를 추진하기 위해 최근 선마이크로시스템즈에 있던 임원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다”고 말했다.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겐 무엇보다 ‘시장성이 있는가’를 먼저 살펴본 뒤 사업 방향을 정할 것을 주문한다. 그런 뒤 기술력을 확보하고 영업 방식을 결정하라는 것이다. 그는 “기술만 믿고 창업에 뛰어들지 말고 사업성부터 판단하라”며 “기회는 시장에 있다”고 조언했다.
새너제이=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