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성 기자] Internet.org

없을 리 없겠지만 스마트폰이 있다면 이 도메인을 브라우저에 입력해 보길 바란다.

웹페이지 상단에는 '모두가 인터넷으로 함께 연결된 세상' 모토가 등장한다. '인터넷.org'는 아직 인터넷 문명 밖에 놓인 전세계 50억 인구가 차별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이자 캠페인이다.
internet.org 웹사이트 메인 화면 캡처.
internet.org 웹사이트 메인 화면 캡처.
이를 알리는 데 여념이 없는 이가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및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다.

저커버그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 기조연설자로 나서 '인터넷.org'가 꿈꾸는 세상을 공유했다. 모든 이들이 국가와 지역, 정치 이념, 경제 상황, 성별, 종교 등에 따른 차별없이 합리적 가격에 인터넷에 접속하는 세상을 그린 꿈이었다.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 속 우리에게 저커버그의 말은 '어느 가난한 나라' 사정처럼 들리기도 한다. 롱텀에볼루션(LTE) 망을 탄 무선 데이터가 전국 곳곳에 쏟아지는 나라에 살기 때문이다. 3G망은 구석기 유물처럼 답답해서 못 쓸 지경이다. '세배 빠른 LTE' 광고는 귀에 못으로 박힌다.

우리나라는 홍콩에 이어 두번째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한다. 지난해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발표를 보면 한국 평균 인터넷 속도는 37.4Mbps. HD급 영화 1편 다운로드 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92초. 2분만 투자하면 40인치 대형 TV로 볼 수 있는 고화질 영화 한편이 뚝딱 저장된다.

무선통신 속도 역시 세계에게 가장 빠르다. 3G 대비 속도가 10배 빠르고, LTE보다도 2배 더 빠른 LTE-어드밴스트(LTE-A) 서비스는 이미 지난해 6월 세계 최초 상용화됐다. 최고 속도는 150Mbps. 평균 인터넷 속도(37.4Mbps)의 4배, 800MB 영화는 43초에 내려받는다.

대한민국 LTE는 더 빨라지고 있다. 저커버그가 기조연설을 한 'MWC 2014'에서 국내 SKT와 KT는 3개 광대역 망을 통합해 기존 LTE보다 3배 더 빠른, 최대 450Mbps 초고속 LTE 기술도 선보였다.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처음 깔린 건 32년 전인 1982년 5월이었다. SDN(System Development Network)이라는 다소 원시적 인터넷 망이었다. 당시 서울대학교 전자계산기 공학과(현 컴퓨터공학과) 및 경북 구미 소재 전자기술연구소(KIET) 연구원들이 SDN을 통해 다음 문장을 주고 받는데 첫 성공했다.

"거기 누구 있나요? (Hi, there?)"
"이 글이 잘 보이나요? (Can you see me?)"

"(인터넷이) 된다, 성공이야. 야호."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첫번째 인터넷망 SDN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원격으로 처음 주고 받은 데이터는 다름 아닌 단문의 '메시지'였다. 대한민국 첫 메신저는 SDN 인터넷이었던 셈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 <한경DB>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 <한경DB>
페이스북은 최근 '글로벌 메신저' 업체 와츠앱을 190억달러에 인수했다. 우리돈 20조원에 달하는 역사상 두번째로 큰 IT업계 인수합병, 그야말로 '사건'이었다. 천문학적 규모의 인수합병 직후라 저커버그는 MWC 기조연설장에서 "왜 190억달러나 주고 와츠앱을 인수했느냐" 식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의 답은 간단했다. 세상 모든 사람을 인터넷 요금 걱정 없이 연결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와츠앱을 인터넷 세상으로 가는 첫 '진입로'이자 '메신저'로 성장시키기 위해 투자했다고 말이다. 와츠앱을 너무 비싸게 인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190억 달러 이상 가치가 있다"고 답한 이유이기도 했다. 와츠앱 인수를 돈과 비즈니스 차원만이 아닌 페이스북의 인터넷 공유 철학으로 봐달라는 '메시지'였다.

32년 전. 저 멀리 있는 누군가와 주고 받은 짧은 메시지에 열광했던, IT강국 대한민국의 첫 인터넷이 떠올랐다.

저커버그는 갓 서른이 된 청년. 기조연설에서 지난 10년간 페이스북이 전세계인 연결성을 높이고 더 많은 대화와 정보를 공유하도록 기여했다는 점을 자평할 때 그의 귀와 볼은 유독 빨갛게 상기돼 있었다. 아래 '인터넷.org' 미래 전망 보고서 내용을 전달할 때는 유독 말이 빨라졌고 힘이 실렸다.

"개발도상국 인터넷 접속률이 선진국 수준이 되면 해당 국가 생산성은 약 25% 향상됩니다. GDP 상승효과는 약 2조 2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1억 40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가난에 고통받는 1억 6000만 명의 생활 수준을 인터넷은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오늘도 LTE 속도로 달리는 대한민국 당신에게 저커버그는 이런 메시지를 보낸 듯 싶다.

"거기 누구 있나요? (Hi, there?)"
"제 꿈이 잘 보이나요? (Can you see my dream?)"

"된다, 성공이야. 야호."

■ '인터넷.org' 캠페인 '요금 걱정없는 인터넷 만들기' 유튜브 영상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