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번방의 선물' 김황성 작가가 가장 힘든 시절 구치소에 가게된 사연을 공개했다.

24일 한 방송채널에서 김황성 작가는 잘 나가는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에서 PC방 점원, 건설현장 막노동, 아파트 경비, 심지어 음란영상물 배달부까지 전전하다 구치소 신세까지 져야 했던 과거를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IMF 금융위기가 휘몰아치던 1998년 초. 광고회사를 그만 둔 그는 모아놓은 돈으로 비디오방을 차렸다가 사기를 당했다. 돈을 떼먹은 이는 다름 아닌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울분, 배신감과 답답함은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

그 이후 서울 한 고시원에서 막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그에게 고시원 같은 층에 머물던 남성 한사람이 찾아왔다. 하루에 5만원씩 줄 테니까 우체국에서 등기 우편물을 부쳐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다. 일당보다 액수가 훨씬 많아 그는 궁금해졌다. '도대체 여기에 뭐가 들었지?' 어느 날 그는 일을 맡긴 남성의 방을 몰래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다. 각종 음란물 복제물이 방안에 널려있던 것이다.

그 일을 시작한지 한달도 채 안 돼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너 요즘 무슨 일 하고 있냐?"는 물음이였다. 검찰의 수사망이 가족에까지 좁혀온 것이다. 그래서 김 작가는 아버지와 함께 인천지검으로 찾아가 자수를 하고 4개월간의 구치소 생활을 경험하게 되었다.

사건 후 그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PC방을 차려 운영하는 등 재기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모두 실패했다. 경기도 분당의 월세방에 혼자 살던 그는 답답한 마음에 동네의 작은 개척교회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때가 2000년쯤이다.

"교회 청년부 회원들이 드나드는 인터넷 블로그에 제가 겪은 얘기들을 차곡차곡 올려놨어요."

그 글이 주위로부터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연극배우인 동생을 거쳐 그의 아이디어와 ‘글발’이 충무로 영화감독들에까지 전해지면서 생각지도 못한 작가의 길에 입문하게 된 것이다. 훈훈한 가족애를 그린 영화 '마음이2'와 '챔프' 등도 그의 작품이다.

영화가 '대박'을 치면서 몸값도 훌쩍 뛰었다. 이미 2년 치 일감을 받아놓은 상태라고 했다. 몇 해전 결혼한 그는 지난해 딸까지 얻는 기쁨을 맛봤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와 작품을 통해서 많은이들이 행복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