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백화점식' 대책…정규직 과보호 축소 등 민감한 사안 빠져
정부가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에 앞서 의사·변호사·회계사 정원 확대, 정규직 과보호 축소 등 노동시장 개혁방안을 검토했지만 최종 발표에선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감한 사안은 뺀 것이다. 또 3개년 계획에 그동안 국정과제와 각 부처 업무보고 때 나온 정책의 상당수가 그대로 옮겨오면서 ‘백화점식 대책’ ‘재탕삼탕 대책’이란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당초 3개년 계획 수립 과정에서 서비스 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의사 등 전문 자격사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의료 민영화’ 논란을 둘러싸고 정부와 첨예한 갈등을 빚다 가까스로 대화 모드로 돌아선 의료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최종안에선 제외했다. 변호사와 회계사 정원 확대 문제도 최근 이들의 취업난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막판에 빠졌다.

노동시장 개혁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보호를 강화하되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줄이는 방향을 검토했지만 노동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유보됐다. 정부 관계자는 “무리하게 의욕만 내세우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일부에선 ‘논란이 될 만한 것은 안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개년 계획의 우선순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탈규제, 비정상의 정상화, 창조경제라는 기본 방향은 잘 설정됐다”면서도 “정책이 백화점식으로 제시돼 우선순위와 핵심 정책이 명료하지 않다”고 말했다.

‘재탕삼탕’ 논란도 여전하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단적인 예다. 이 정책은 기획재정부가 이미 작년 12월에 핵심 대책을 다 발표했는데 이달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 이어 이번 3개년 계획에도 거의 그대로 포함됐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3개년 계획이란 기본 틀에 정부가 그동안 꺼냈던 정책과제를 모아놓고 꿰맞춘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문제는 3개년 계획이 워낙 급박하게 만들어진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신년구상에서 3개년 계획 추진 의지를 밝힌 뒤 정부는 불과 50일 만에 3개년 계획을 내놨다.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때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만 1년가량 걸린 것과 비교할 때 이번 3개년 계획은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토론이 진행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용석/강현우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