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소연료전지차 ‘인트라도’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차 ‘인트라도’
‘실용성에서 고급스러움으로 갈아탄 유럽.’

작은 차를 최고로 치던 유럽이 변하고 있다.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면서 소형차만 보던 유럽인들이 고급차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다음달 6일(현지시간) 스위스 팔렉스포에서 개막하는 ‘2014 제네바모터쇼’에서도 감지된다. 세계 4대 모터쇼 중 가장 규모가 작은 만큼 실용적인 차가 주류를 이뤘지만 올해는 프리미엄급 차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나아졌어도 ‘그린 모터쇼’라는 명성에 걸맞게 친환경 차량도 대거 전시된다.

현대차, 수소연료전지 콘셉트카 공개

지난해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투싼ix) 양산 체제를 구축한 현대자동차는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이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콘셉트카를 대표주자로 내세운다고 25일 발표했다.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모습에 착안, 이름을 비행기 날개 아랫부분을 뜻하는 ‘인트라도’(프로젝트명 HED-9)로 정했다.

현대차의 9번째 콘셉트카로 경기 화성의 남양연구소와 독일에 있는 현대유럽디자인센터가 힘을 합쳐 만들었다. 물결 무늬처럼 보이는 현대차 고유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을 적용해 비행기 모양을 형상화했다. 탄소섬유와 강화 플라스틱 소재를 써 차량 무게를 가볍게 했다. 차량 외부는 흰색톤으로 하고 내부는 밝은 오렌지색으로 꾸며 색의 조화를 꾀했다.

36㎾급 차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함께 장착했다. 5분 내 급속 충전하면 최대 600㎞까지 갈 수 있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디자인을 총괄한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사장(최고디자인 책임자)은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는 현대차의 가치관을 반영하고 고객에게 이동의 자유와 기쁨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인트라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아차도 친환경으로 무장했다. 엔진과 모터가 함께 차 바퀴를 굴리는 병렬형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최초로 공개한다. 지난 6일 미국 시카고 모터쇼에서 선보인 순수 전기차 ‘쏘울 EV’도 유럽에서 처음 전시한다.

쌍용차는 에너지 절감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카인 ‘XLV’로 흥행몰이에 나선다. 차세대 1.6L 디젤 엔진과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차량이다. BMW는 충전식 하이브리드카인 i8을, 혼다는 차세대 전기차인 FCEV 콘셉트카를 각각 선보인다.
시트로앵 C4 캑터스 (왼쪽부터) , 푸조 108, 벤츠 더 뉴 S클래스 쿠페, 재규어 F타입 쿠페R, 렉서스 RC F.
시트로앵 C4 캑터스 (왼쪽부터) , 푸조 108, 벤츠 더 뉴 S클래스 쿠페, 재규어 F타입 쿠페R, 렉서스 RC F.
◆미니카에서 프리미엄카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제네바모터쇼에선 소형차와 SUV가 대세였다. 작고 실용적인 차만이 경기침체로 얼어붙은 유럽인의 지갑을 열 수 있다고 업체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작은 차들이 독점하다시피 해온 전시 공간을 스포츠카와 쿠페 같은 프리미엄 차량들이 차지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고급 사양의 ‘더 뉴 S클래스 쿠페’를 선보인다. 4663cc의 8기통 바이터보 엔진을 달아 최고 435마력의 힘을 낸다. 재규어는 프리미엄 스포츠카 F타입의 변형 모델인 F타입 쿠페R을 처음 공개한다.

현대차도 프리미엄으로 승부한다. 2인승 스포츠 콘셉트카인 ‘파쏘 코르토’를 최초로 선보이고 신형 제네시스로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

렉서스는 슈퍼카 카드를 꺼냈다. 최고출력이 450마력인 RC F GT3 콘셉트카를 전시한다. 이와함께 준중형차인 CT 200h와 하이브리드 쿠페인 GS 300h의 럭셔리 버전도 공개할 계획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프리미엄 차량을 대거 내놓는 것은 유럽의 변화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뒷걸음질쳐왔던 유럽 차 시장이 올해 6년 만에 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 신차 판매량은 작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늘어났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