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숙 천광애드컴 사장이 서울 성북구 종암동 본사 사무실에서 버스 내부 광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이종숙 천광애드컴 사장이 서울 성북구 종암동 본사 사무실에서 버스 내부 광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버스 내부 광고를 전문으로 하는 ‘천광애드컴’은 서울 시내버스 7500여대 중 7400여대에 광고를 대행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은 13명이고 지난해 매출은 38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를 설립한 사람은 가정주부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한 이종숙 천광애드컴 사장이다. 혼자서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영업까지 뛰면서 버스 내부 광고업체로는 가장 큰 기업을 일궈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신뢰 얻어

이 사장이 버스 광고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0년이다. 당시 광고회사를 운영하던 친척이 “버스 광고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사업을 권유한 것이 계기였다.

천광애드컴을 설립한 그는 직원 없이 혼자 전국의 운수업체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영업을 했다. 그중 하나가 ‘버스 좌석이 쉽게 더러워지지 않도록 시트 커버를 공짜로 씌워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당시 운수업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사장은 밤새 시트 커버를 제작하고 정기적으로 교체·관리했다. 그 대가로 시트 커버 뒷면에 광고를 부착할 권리를 얻었다. 이 사장은 “당장 수익이 나지는 않았지만 많은 운수회사와 관계를 맺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데 주력했다”며 “덕분에 버스광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슬라이딩도어 좋은 반응 얻어

천광애드컴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한·일 월드컵을 1년 앞둔 2001년이었다. 당시 서울 시내버스는 노선버스마다 다른 색과 글자 모양의 안내판이 하나의 디자인으로 통일되던 때였다. 외국인이 쉽게 행선지를 알 수 있도록 영어와 한자도 함께 표기됐다.

이 사장은 서울 시내버스 디자인이 어지럽고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하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서울시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 개선 아이디어를 냈다. 그리고 무료로 행선지 안내판을 일괄 교체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이를 계기로 천광애드컴은 버스 뒷문 옆 슬라이딩도어(뒷문을 여닫기 위해 설치된 별도의 문)에 광고를 실을 수 있었다.

광고주들은 슬라이딩도어 광고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 승객들이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뒷문으로 가면서 슬라이딩도어에 눈길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천광애드컴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등 100개 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현장에서 직접 뛰며 공략

그는 지난 24년 동안 현장을 직접 뛰어다녔다. 서울 시내버스 행선지 안내판 디자인을 무상으로 바꿔줄 때에도 거리로 직접 나가 시민들 반응을 조사했다. 시민에게 별 모양 스티커를 나눠주며 6가지 디자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선택하게 했다. 사람들의 의견을 일일이 적어가며 개선했다.

이 사장은 “버스에 탈 때마다 버스 내부를 훑어보고 승객들의 시선을 살펴본다”며 “승객의 마음을 읽고 이를 광고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앞으로 경기 버스 광고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KD운송그룹과 계약을 체결, 처음으로 경기지역 버스 3000대에 광고를 시작했다. 그는 “경기 지역 버스엔 슬라이딩도어뿐만 아니라 유리창 위 좁은 공간에도 광고를 하고 있는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