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 버려진 공업지대…화려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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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최대 도시 취리히는 고풍스러운 구시가지와 역동적이고 활기찬 신시가지가 멋진 조화를 이뤄낸다. 우아하고 달콤하며 전위적이고 자유분방한 도시. 상충되는 모든 형용사들이 본연의 매력을 뽐내며 마음을 사로잡는 취리히를 누볐다.
버려진 땅이 부활하는 방법
구시가지 바깥쪽 신시가지의 취리히 웨스트에는 19세기 후반부터 라인강의 수력발전을 이용한 공업지대가 들어섰다. 시간이 흐르고 취리히가 문화예술의 허브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본의 동력이 끊임없이 돌고 돌았던 공장지대는 점점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공장들이 인건비가 싼 러시아와 동유럽 등지로 옮겨가면서 급격하게 시들고 버려졌다. 오랜 시간 방치됐던 이 지역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이 황폐해진 이 지역의 싼 임대료를 좇아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자유분방한 사고와 활기는 죽어가던 공장지대에 새 숨결을 불어넣었다. 외형은 그대로 보존한 채 내부만 감각적으로 바뀐 공간은 공연장, 갤러리, 스튜디오, 레스토랑, 나이트클럽, 아기자기한 편집숍 등 다양한 옷을 입고 상업화되기 시작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자 이를 공유하고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금세 스위스에서 가장 핫(hot)한 곳으로 떠올랐다.
바랜 건물 속에서 빛나는 가치들
마당에 거대한 프로펠러가 위풍당당하게 선 시프바우는 아치형의 통창이 아름다운 건물인데 1960년 조선소로 지어졌다. 지도를 보며 시프바우 건물을 찾는 내내 취리히 웨스트 전역의 낮 풍경은 다소 한산했다. 골목 구석까지 고요가 짙게 밴 느낌이다. 정적을 깬 건 시프바우 내부로 들어서면서부터다. 취리히 전역의 멋스러운 사람들이 모두 모인 듯, 많은 사람이 프렌치레스토랑 라 살르에서 기품 있는 점심 식사를 즐기는 중이다. 시프바우는 취리히에서 가장 혁신적인 공연을 선보이는 곳인 데다 레스토랑, 바, 재즈클럽 등이 모인 복합 문화공간이어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취리히 웨스트에는 컨테이너 박스 17개를 쌓아올린 취리히의 상징 건물이 있다. 전 세계의 찬사를 받는 프라이탁 본사 건물이다. 프라이탁은 버려진 물건을 독창적으로 디자인해 착한 소비를 유도하는 가방 브랜드다. 유럽 전역을 돌고 돌다 수명을 다한 화물트럭의 방수포를 재단해 가방의 몸통으로, 자전거 바퀴의 고무를 가방의 힘받이로, 그 위에 안전벨트를 이어 붙여 가방끈으로 만들어 유럽의 젊은이들을 열광케 했다.
프라이탁은 스위스의 차세대 명품이라 할 만하다. 폐기될 재활용 소재로 디자인하기 때문에 같은 패턴의 가방은 만들 수 없다. 프라이탁은 온전히 자기만의 것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스위스의 차세대 명품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낡고 바랜 컨테이너가 우뚝 선 건물 안에 모두 다른 얼굴을 한 가방들이 빼곡히 쌓여 있는 풍경은 전위적인 예술운동의 한 장면을 마주한 듯 신선하다.
반호프스트라세의 아름다운 겨울
반호프스트라세는 중앙역에서 호수를 따라 1.3㎞에 이르는 보행자 전용구간이다. 취리히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 거리 주변에는 명품 상점, 레스토랑, 카페 등이 늘어서 언제나 붐빈다. 거리 중앙으로 트램이 운행하고 있어 짧은 시간에 둘러볼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조금 아쉽다. 반호프스트라세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장식된 쇼윈도로 유명하다. 따뜻한 글루바인을 홀짝거리며 각 상점의 쇼윈도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발걸음마저 창의적으로 진화한 느낌이다.
약간의 허기가 느껴진다면 초콜릿 숍에 들러보자. 밀크초콜릿을 처음 만든 스위스답게 거리 곳곳에서 수제 초콜릿과 유명 브랜드의 초콜릿을 맛볼 수 있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초콜릿 브랜드 레더라 숍에서는 아름다운 쇼콜라티에가 초콜릿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달콤한 향에 취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주머니는 초콜릿으로 가득 찼다. 초콜릿을 꺼내 물고 글루바인을 입에 머금었다. 따뜻한 글루바인의 향과 온도에 반한 듯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이 녹아내린다. 몽롱한 취기가 올라 더욱 아름다운 취리히의 겨울밤이다. 취리히=여행작가 문유선 hellomygrape@naver.com
버려진 땅이 부활하는 방법
구시가지 바깥쪽 신시가지의 취리히 웨스트에는 19세기 후반부터 라인강의 수력발전을 이용한 공업지대가 들어섰다. 시간이 흐르고 취리히가 문화예술의 허브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본의 동력이 끊임없이 돌고 돌았던 공장지대는 점점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공장들이 인건비가 싼 러시아와 동유럽 등지로 옮겨가면서 급격하게 시들고 버려졌다. 오랜 시간 방치됐던 이 지역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이 황폐해진 이 지역의 싼 임대료를 좇아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자유분방한 사고와 활기는 죽어가던 공장지대에 새 숨결을 불어넣었다. 외형은 그대로 보존한 채 내부만 감각적으로 바뀐 공간은 공연장, 갤러리, 스튜디오, 레스토랑, 나이트클럽, 아기자기한 편집숍 등 다양한 옷을 입고 상업화되기 시작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자 이를 공유하고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금세 스위스에서 가장 핫(hot)한 곳으로 떠올랐다.
바랜 건물 속에서 빛나는 가치들
마당에 거대한 프로펠러가 위풍당당하게 선 시프바우는 아치형의 통창이 아름다운 건물인데 1960년 조선소로 지어졌다. 지도를 보며 시프바우 건물을 찾는 내내 취리히 웨스트 전역의 낮 풍경은 다소 한산했다. 골목 구석까지 고요가 짙게 밴 느낌이다. 정적을 깬 건 시프바우 내부로 들어서면서부터다. 취리히 전역의 멋스러운 사람들이 모두 모인 듯, 많은 사람이 프렌치레스토랑 라 살르에서 기품 있는 점심 식사를 즐기는 중이다. 시프바우는 취리히에서 가장 혁신적인 공연을 선보이는 곳인 데다 레스토랑, 바, 재즈클럽 등이 모인 복합 문화공간이어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취리히 웨스트에는 컨테이너 박스 17개를 쌓아올린 취리히의 상징 건물이 있다. 전 세계의 찬사를 받는 프라이탁 본사 건물이다. 프라이탁은 버려진 물건을 독창적으로 디자인해 착한 소비를 유도하는 가방 브랜드다. 유럽 전역을 돌고 돌다 수명을 다한 화물트럭의 방수포를 재단해 가방의 몸통으로, 자전거 바퀴의 고무를 가방의 힘받이로, 그 위에 안전벨트를 이어 붙여 가방끈으로 만들어 유럽의 젊은이들을 열광케 했다.
프라이탁은 스위스의 차세대 명품이라 할 만하다. 폐기될 재활용 소재로 디자인하기 때문에 같은 패턴의 가방은 만들 수 없다. 프라이탁은 온전히 자기만의 것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스위스의 차세대 명품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낡고 바랜 컨테이너가 우뚝 선 건물 안에 모두 다른 얼굴을 한 가방들이 빼곡히 쌓여 있는 풍경은 전위적인 예술운동의 한 장면을 마주한 듯 신선하다.
반호프스트라세의 아름다운 겨울
반호프스트라세는 중앙역에서 호수를 따라 1.3㎞에 이르는 보행자 전용구간이다. 취리히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 거리 주변에는 명품 상점, 레스토랑, 카페 등이 늘어서 언제나 붐빈다. 거리 중앙으로 트램이 운행하고 있어 짧은 시간에 둘러볼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조금 아쉽다. 반호프스트라세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장식된 쇼윈도로 유명하다. 따뜻한 글루바인을 홀짝거리며 각 상점의 쇼윈도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발걸음마저 창의적으로 진화한 느낌이다.
약간의 허기가 느껴진다면 초콜릿 숍에 들러보자. 밀크초콜릿을 처음 만든 스위스답게 거리 곳곳에서 수제 초콜릿과 유명 브랜드의 초콜릿을 맛볼 수 있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초콜릿 브랜드 레더라 숍에서는 아름다운 쇼콜라티에가 초콜릿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달콤한 향에 취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주머니는 초콜릿으로 가득 찼다. 초콜릿을 꺼내 물고 글루바인을 입에 머금었다. 따뜻한 글루바인의 향과 온도에 반한 듯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이 녹아내린다. 몽롱한 취기가 올라 더욱 아름다운 취리히의 겨울밤이다. 취리히=여행작가 문유선 hellomygra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