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풍미의 와인

홍콩의 재발견…와인이 바꾼 홍콩의 맛지도
쇼핑, 미식, 야경은 홍콩 여행의 오랜 슬로건이었고 그 매력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홍콩의 번잡한 거리에서 기억해야 할 것들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눈이 밝은 여행자들은 이제 홍콩에서 ‘와인’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자주 떠올린다. 몇 해 전 와인 주세를 폐지하며 홍콩의 와인 친화 정책은 본격적인 신호탄을 울렸다.

와인 레스토랑이 즐비한 소호거리
와인 레스토랑이 즐비한 소호거리
정부는 매년 가을 세계적인 규모의 와인 & 다인 페스티벌을 개최했고, 멋진 와인 바와 방대한 셀렉션의 와인 숍이 앞다퉈 문을 열었다. 홍콩의 와인 바와 와인 숍에서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독일 등 대표적 와인 산지들뿐 아니라 조지아 헝가리 마케도니아 네덜란드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에서 생산하는 와인들도 곧잘 보인다.

게다가 레스토랑의 주종목이 무엇이든 홍콩의 셰프들은 와인과 요리의 조화를 고민한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을 수여한 프렌치 레스토랑은 물론 아담하고 활기찬 비스트로나 전통적인 중식당에서도 와인 페어링 메뉴를 선보이는 곳이 많다. ‘홍콩의 유럽’이라 불리는 소호 거리를 조금만 헤맨다면, 훌륭한 와인 리스트를 갖춘 식당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귀국길에 오르기 전 홍콩 전역에 지점을 둔 프랜차이즈 와인숍 ‘왓슨스 와인 셀러’를 방문하는 것을 잊지 말자. 국내 수입가보다 평균 50%가량 싼 값에 신대륙 와인부터 보르도의 그랑 크뤼까지 다채로운 풍미의 와인들을 살 수 있다.

예술-다양한 실험이 벌어지는 문화공간들

홍콩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키워드는 ‘예술’이다. 10여년 전까지 홍콩의 갤러리들은 센트럴의 소호 거리 인근에 모여 있었다. 높은 지대 탓에 소규모 전시장이 흔했고, 멋진 레스토랑들과 더불어 소호의 이국적인 풍경을 완성하는 데 한몫했다. 중국이 홍콩 예술시장의 또 다른 타깃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뒤 규모가 큰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매년 봄 큰 규모의 아트 페어를 열어온 홍콩은 ‘아트 바젤 홍콩’을 유치하며 도시의 예술적 면모를 한층 강화했다. 데미언 허스트의 전시를 열어온 런던 화이트 큐브, 연 매출 1조원의 미국 가고시안 갤러리, 무라카미 다카시를 전속 작가로 거느린 파리의 갤러리 페로탱이 홍콩에 분점을 냈다.

홍콩 정부는 2016년까지 28억달러를 투자해 ‘웨스트카우룽 문화 지구’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계획의 설계와 디자인은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에게 맡겼다. 웨스트카우룽 문화 지구의 완성은 아직 조금 먼 얘기지만, 시내 곳곳에 산재한 갤러리들과 옛 공장 지구에 마련한 아티스트 집단 주거지에서 홍콩의 흥미로운 현재진행형을 감상할 수 있다. 샥킵메이의 쟈키 클럽 크리에이티브 아트센터는 버려진 방직 공장을 단장해 예술가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경극 강습소, 사진 스튜디오, 그림자 인형 제작소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정미환 여행작가 clart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