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가 구직을 포기한다. 고용시장 참여율이 줄어든다. 구직포기자가 실업자 통계에서 빠지면서 실업률도 함께 하락한다.’

'베이비부머 은퇴'가 美 실업률 하락 원인?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미국 실업률에 대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고용시장 참여율이 줄어든 것은 장기 실업자 때문이 아니라 베이비부머의 은퇴라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고용지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어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알리샤 뮈넬 보스턴칼리지 은퇴연구센터장이 19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 고용시장 참여율 감소는 2000년을 전후해 이미 시작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직포기자가 늘면서 노동인구도 줄었다는 기존의 가설은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다.

2000년부터 고용시장 참여자가 감소한 것은 1946~1964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가 당시부터 은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36~54세였던 2000년 미국의 연평균 고용시장 참여율은 67.1%에 달했다. 하지만 2001년 55세가 된 1946년생부터 은퇴를 시작하면서 고용시장 참여율도 조금씩 낮아져 지난해에는 63.3%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현재도 25~55세 인구 고용시장 참여율은 84%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55세 이상 인구 중 일하는 사람 비중은 되레 증가했다. 1980년 이 비중이 32.85%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3%로 늘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고령 근로자 수 증가가 전체 고용시장 참여율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베이비부머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31%에서 2020년에는 36.6%로 증가한다. 적어도 2020년까지 고용시장 참여율은 낮게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보고서는 실업률 수치를 금리정책 기준으로 삼아온 Fed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구구조 변화는 구조적 문제여서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Fed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이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고용시장 참여율 및 실업률 하락을 잘 설명한다”며 “이 주제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