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원이 민노총 총파업 반대 대자보를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노조원이 민노총 총파업 반대 대자보를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우리가 금속노조 거수기입니까. 정치파업을 할 때마다 현대자동차 노조한테 총대를 메라 하고…. 앞으론 이런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1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한 노조원(48)은 “노조원들의 평균연령이 이제 50세를 코앞에 두고 있다”며 “이젠 정치파업이란 단어조차 듣기 싫다”고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 노조가 이날 전체 조합원 4만66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주노총의 국민총파업 참여를 묻는 찬반투표 결과 조합원의 64.4%(재적 대비)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파업을 지지하는 조합원은 1만6598명으로 35.6%에 그쳤다.

◆3번 연속 정치파업 동참에 반대

민노총 총파업 찬반 투표'부결'…현대차 노조 "금속노조 들러리 안한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18, 19일 이틀 동안 상급단체인 민노총과 금속노조의 정치파업 참여를 위해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가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현대차 노조는 2008년에도 미국 소고기 재협상을 주장하면서 실시한 투표에서도 48.5%의 찬성에 그쳤다. 2010년에 실시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반대 투쟁 투표에서는 38%의 찬성률에 머물렀다. 올해 투표까지 세 번 연속 과반을 넘기지 못한 찬성률로 정치파업에 동력을 잃게 됐다. 강성노선인 현장 조직들이 지난 18일 울산 전 공장을 돌며 파업 참여를 독려했으나 정치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대정서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는 당초 고용노동부가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데다 노조가 올해 임금 협상을 아직 시작하지도 않아 현장에서는 투쟁 분위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정치파업에 대한 조합원의 심한 거부감, 합리적 노동운동과 노사관계를 바라는 성숙한 자세, 경주 리조트 붕괴사태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총파업 차질 불가피할 듯

금속노조 조합원(15만여명)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 부결은 민노총과 금속노조의 정치파업 추진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경훈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장의 분위기를 금속노조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조합원 60% 이상이 반대하는 정치파업을 강행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도 실리를 추구하는 이 위원장이 조합원 정서를 외면한 채 파업에 참여할 경우 조합원들의 강한 비난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조합원은 “다른 완성차 회사들은 파업하지 않는데, 유독 현대차만 파업 들러리로 서는 데 불만을 갖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이런 조합원들의 뜻을 감안해 잔업 거부나 간부 파업으로 대체할 가능성도 높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현대차 노조를 비롯한 전 사업장의 투표 결과를 근거로 파업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현대차 노조 자체의 투표 결과를 놓고 부결을 운운하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다”고 맞섰다.

이에 맞서 현대차 현장 조직인 ‘길을 아는 사람’은 최근 유인물을 통해 “현대차 노조가 상급단체 파업에 시도때도 없이 나서면 임금 및 단체협약은 어떻게 하느냐”며 금속노조의 파업 방침에 강하게 반대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