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 찾으려 지표 들여다보니 더 헷갈려
증시가 ‘숨고르기’ 국면이다. 연초 썰물처럼 빠지던 외국인 자금흐름은 최근 변화 조짐을 보인다. 한국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과 미국 등 해외 증시도 상승이냐, 하락이냐의 변곡점에 서 있다는 평이 많다. 증시를 좌우할 주요 변수들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는 ‘트와일라이트 존(twilight-zone)’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18일 코스피지수는 불과 0.55포인트(0.03%) 오른 1946.91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자금 나갈까, 들어올까

'호재' 찾으려 지표 들여다보니 더 헷갈려
들어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코스피지수가 3.20% 하락한 상태에 머무는 등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11일(818억원 순매수), 14일(25억원 순매수), 17일(230억원 순매수) 등 외국인이 순매수를 보이는 날이 늘고 있다. 이날도 외국인은 471억원 순매도했지만 연초 하루 5000억~6000억원대 순매도를 기록한 데 비하면 매도 규모는 크게 줄었다.

향후 외국인 자금의 큰 흐름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들어 신흥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선진국 증시와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는 큰 흐름이 바뀌는 계기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양적완화 축소 악재 이슈만 가지고는 더 이상 매도할 여력이 없어 프로그램 영향이 줄어드는 3월부터는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맞섰다.

中경기 살아나나, 주저앉나

경기둔화 우려가 남아 있는 중국경기 관련 지표는 명암이 교차한다. 1월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6% 늘면서 당초 예상을 3배 가까이 넘겼다. 무역수지 흑자규모(318억6000만달러)도 1월 기준으론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1월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로 작년 7월 이후 가장 낮았다. 지표와 관계없이 중국 증시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1991.25까지 밀렸던 상하이종합지수는 한 달도 안 돼 2130선을 뚫었다.

경기전망도 낙관론과 신중론이 반반이다. 최광혁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미국, 유럽 경기가 회복될 경우 이들 지역 수출이 많은 중국 경기도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의 본격 회복에 따른 자금수요 증가라기보다는 자금경색 완화를 위한 유동성 공급 성격이 강한 만큼 3월 전인대 이후 중국 정부가 유동성 공급에 신중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선진국 버블 vs 국내기업 실적 바닥

뉴욕증시는 지난주 다우지수와 S&P500지수, 나스닥지수 등이 주간 단위로 2.3~2.9% 뛰며 최고의 한 주를 보냈다. 유럽증시도 유럽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선진국 증시를 놓고 거품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자연 커지고 있다.

국내에선 주요 기업 실적의 ‘바닥’ 확인 작업이 주요 변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92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53.26%인 49개 업체가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줄어들거나 적자로 전환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요 기업의 실적부진은 시장에 상당부분 반영됐고 기대치도 낮아진 만큼 앞으로 실적쇼크 수준의 악재가 아니라면 추가하락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