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물려줄 삼성 '유망' 주식 찾아봤더니… 삼성SDI 삼성물산 호텔신라 제일모직 '주목'
입력2014.02.17 11:30
수정2014.02.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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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상암동에 사는 자영업자 강모 씨(41)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하나 있다. 자녀 교육비에 생활비, 노후 대비까지 하려면 현재 수입으론 빠듯하다. 미래를 위해 주식 재테크를 하고 싶지만 정보가 많지 않다. 얼마 되지 않는 여윳돈까지 잃을까 걱정도 크다. 위험 부담을 줄이려고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에 투자하자니 주가가 너무 높아 엄두가 나지 않는다.
"10년, 15년 뒤를 내다보고 하는 투자라면 삼성전자보단 삼성후자(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를 눈여겨 봐야죠."
국내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삼성그룹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언제나 높다. 불확실한 투자 환경 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단 생각에서다. 안정성이 최우선인 장기 투자에선 더욱 그렇다.
증권 전문가들은 장기 투자를 계획한다면 삼성전자만을 고집하지 말고, 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눈을 돌려보라고 조언한다. 특히 삼성이 추진하고 있는 미래 신수종 사업과 연결고리가 있는 계열사를 살펴봐야 한다고 귀띔한다.
◆ 삼성그룹 미래 먹거리 사업에 유망주식 '답' 있다
17일 국내 최대 규모의 삼성그룹주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백재열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장은 "그룹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사업은 산업적으로 유망한 업종인데다 인력과 자원이 집중 투입된다는 점에서 장기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돈이 몰리는 곳이 곧 미래 먹거리며, 주력 사업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삼성그룹은 2010년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발광다이오드(LED), 전기차용 2차 전지(배터리), 태양 전지 등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삼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23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이를 통해 50조 원의 매출, 4만5000명의 고용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각 계열사별로 신사업을 진행한 경우는 있었지만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추진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신수종 사업 가운데 삼성전자 주도로 이루어지는 의료기기와 LED를 제외하면 삼성SDI에 초점이 맞춰진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공급하는 이 회사는 11조4000억 원을 투자하는 전기차용 전지와 태양 전지 사업을 모두 지휘한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고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크라이슬러(F500e), 독일 BMW(i3, i8) 등이 삼성SDI 배터리를 전기차에 채용했다.
미국 전기차 개발 컨소시엄(USABC)과 공동으로 차세대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USABC에는 미국 에너지국과 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3사가 참여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전기차 시장 규모가 내년 300만 대에서 2050년께 전체 자동차 시장의 최대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은 매년 급성장할 것" 이라며 "전기차를 포함한 중대형전지 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1634억 원에서 2015년 1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신수종 사업인 태양 전지도 삼성SDI 몫이다. 삼성그룹은 태양광 시장에서 박막계 제품의 비중이 점차 늘 것으로 보고, 삼성SDI를 중심으로 박막계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의 과제인 박막계 태양전지 기술개발 사업에도 참여한다.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인 15.7% 광효율 달성에 성공했다.
◆ 최악 상황서도 '생존'할 수 있느냐가 장기 투자 열쇠
신수종 사업 중 최근 탄력이 붙기 시작한 바이오·제약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나눠 맡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지난해 세계적 제약사인 BMS, 로슈와 바이오의약품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제품 출시에 대비해 머크, 바이오젠 아이덱과 마케팅 협력을 맺었다.
두 회사 모두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당장 투자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고 나면 상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을 하게 되면 이 회사 지분을 가진 삼성전자, 에버랜드, 삼성물산도 지분 가치 평가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 회사는 40 대 40 대 10의 비율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영향으로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사업 등은 갈수록 각광받을 것" 이라며 "대기업들이 전방위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도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백 부장은 제일모직을 비롯한 삼성그룹 내 소재 계열사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삼성이 패스트팔로워(1등을 빠르게 뒤쫓는 2등)에서 벗어나 세계 일류 기업으로 도약한 만큼 소재 부품도 가장 먼저 개발할 필요가 높아졌다는 것. 지난해 제일모직이 모태 사업인 패션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이관하고 소재 사업에 집중키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그룹 내 소재 분야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제일모직, 삼성SDI, 삼성정밀화학 등이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들이 공동투자한 '삼성 전자 소재 연구단지'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인근에 개관했다. 이 연구단지가 소재 분야에서도 삼성을 글로벌 선두업체로 키워낼 구심점이 될 것으로 그룹은 기대하고 있다.
박인희 신영자산운용 팀장은 "10년 이상 가는 장기 투자를 계획한다면 통일에 대비한 인프라 관련 사업과 소비행태 진화에 따른 여행, 레저업 등이 유망할 것"이라고 꼽았다. 호텔신라 등을 주목할 만한 이유다.
박 팀장은 그러나 "삼성 계열사들은 이미 덩치가 크기 때문에 신사업을 추진한다고 해도 이것이 성장 동력이 되기보단 기존 사업이 감쇄하는 걸 방어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 투자 시 주의해야 할 점은 '재무구조'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살피는 것" 이라며 "긴 시간 동안 어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도 '생존'할 수 있느냐가 투자에 앞서 짚어봐야 할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이날 삼성SDI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00원(0.33%) 내린 15만2500원에 마감했다. 삼성물산은 1.88% 오른 5만9600원, 제일모직은 0.28% 떨어진 7만20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호텔신라는 2.37% 뛴 8만2000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