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16일 오후 4시2분

대한항공 운임채권을 기초로 설계된 자산유동화증권(ABS) 상품에 ‘개인 큰손’들의 목돈이 몰렸다. 신용등급(AA-)이 높은 데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연 4%대)을 약속한 덕분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특수목적회사(SPC)인 ‘칼 제11차’가 지난 14일 3300억원 규모로 발행한 ABS 11종의 판매 첫날 거래량은 346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상품 대부분이 판매 첫날 매진된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량이 발행액을 넘어선 건 일부 ‘손바뀜’(중복) 거래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소매채권이 첫날 매진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대한항공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데다 연 4%대의 높은 금리를 제시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칼 제11차 ABS는 만기별로 9개월부터 39개월까지 3개월 단위로 설계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로 만기 24개월 이하 채권에 수천만~수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장기물은 몇몇 기관투자가들이 사간 것으로 전해졌다. 발행금리는 9개월짜리가 연 4.2%, 39개월짜리가 연 5.28%다.

업계에선 칼 제11차 ABS의 인기를 높은 신용등급에서 찾는다. 칼 제11차 ABS의 신용등급은 대한항공(A·부정적 전망)보다 높은 ‘AA-(안정적)’다. 대한항공이 ABS의 향후 예상 원리금을 크게 웃도는 운임채권(신탁원본)을 SPC에 양도한데다 대한항공에 문제가 생겨도 정부가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좋은 등급을 받았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어떤 상황에도 비행기를 계속 띄워야 하는 국적 항공사의 운임채권 ABS 신용등급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