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로 예정된 스탠리 피셔 미국 중앙은행(Fed) 부의장 지명자의 상원 인준청문회를 앞두고 그의 씨티그룹 경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피셔 지명자가 과거 3년 동안 씨티그룹 부회장으로 일하면서 300만달러의 연봉을 받은 데다 금융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금융감독당국자로의 이해상충 문제가 있다는 게 논란의 초점이다.

도마위 오른 오바마의 '씨티그룹 인맥'
세로드 브라운 상원의원(민주·오하이오)은 10일 “몇몇 뛰어난 금융당국자(watchdog)가 월가에서 배출됐지만 일부는 월가의 ‘애완견(lap dog)’ 노릇을 했다”며 피셔 지명자의 월가 근무 경력과 Fed 부의장 역할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의 대변인은 이날 “피셔의 월가 경력이 Fed의 은행 규제와 경제의 위협요소인 ‘대마불사(too big to fail)’ 관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MIT 교수 출신인 피셔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를 거쳐 2002년부터 3년간 씨티그룹 부회장으로 일하면서 금융당국에 규제 관련 자문을 제공하는 공공부문을 이끌었다. 또 그룹 해외투자 리스크를 총괄하는 국가리스크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씨티그룹은 주택경기 호황과 신용대출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던 때였다. 피셔는 씨티그룹 부회장 재직 당시 2005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로 영입돼 8년간 재임했다.

피셔 지명자는 최근 Fed 측에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면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블랙록자산운용,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씨티그룹 일부 자회사 등의 지분을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피셔의 재산이 9개 기업 주식과 뉴욕시 부동산 등을 포함해 최대 5600만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피셔 지명자의 씨티그룹 경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씨티 인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잭 루 재무장관은 2008~2009년 씨티그룹의 대안투자부문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했다. 마이크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백악관 경제담당 부보좌관으로 오바마 정부에 합류하기 전 씨티그룹의 인프라투자 담당 임원으로 일했다. 미 재무부는 최근 네이던 시츠 씨티그룹 국제경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장관 고문으로 영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행정부 때 재무장관을 맡았던 로렌스 서머스는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낸 뒤 씨티그룹 고문으로 일하기도 했다. 서머스 전 장관의 씨티그룹 경력은 그를 Fed 의장 후보에서 낙마시킨 원인 중 하나였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