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본격 출하기를 맞아 굴이 팔리지 않기는 사업 시작하고 처음이지라.”

지난달 31일 여수 기름유출 사고가 난 지 11일째인 10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항래마을에서 20년 넘게 굴양식업을 하고 있는 서동의 씨(54)는 연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청정해역 가막만에서 8㏊ 규모 굴양식장을 운영해 연간 2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던 그는 “지난해 일본 원전사고 여파로 매출이 30% 이상 떨어져 힘들었는데 올해 또 기름유출 사고까지 덮쳐 죽을 맛”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마을에서 굴양식업을 하는 김모씨(52)도 “기름유출 사고와 무관한 청정해역 가막만의 수산물까지 구입을 꺼리고 있다. 서울 등지에서 가져갔던 굴에 기름이 묻었다는 황당한 소문이 돌면서 반품되고 있어 굴 양식장이 줄도산할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여수 기름유출 사고 여파로 수산물 거래가 끊기고 호텔 예약이 취소되는 등 여수지역 경제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여수수협에 따르면 설 대목이 지나고 벌써 1주일째 위탁판매(위판) 실적을 전혀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루 3억~4억원의 위판액을 올리던 여수수협 실적은 사고 이후 세 차례 경매에서 5억2300만원에 그치더니 지난 6일 1300만원 규모가 팔린 뒤 거래가 뚝 끊겼다. 하루평균 200상자 이상 위판되던 굴은 30~40여상자로 거래량이 떨어졌다.

또 새조개와 홍합 등을 서울 등지에 납품해온 양식어민들은 설 이후부터 “당분간 주문을 받지 않겠다”는 잇단 통첩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정철 여수수협 판매과장은 “바이어 주문이 뚝 끊기는 바람에 위판을 아예 포기한 상태”라며 “문제는 ‘여수산’에 대한 거부감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데 있어 지역 수산업계가 공멸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수에는 일본 원전사고 여파로 삼양사 등지에서 운영 중인 다섯 곳의 냉동창고에 민어 병어 조기 등 팔리지 않은 수산물 재고가 가득 차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수산물 중매인들이 앉아서 보관료만 무는 등 돈이 돌지 않아 수산업계가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지역 관광업계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한옥호텔인 오동재에는 사고 이후 16건의 예약 취소가 이어졌는가 하면 시내 호텔과 펜션 등지에도 한동안 줄을 잇던 예약 문의가 자취를 감췄다.

여수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방제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 지역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홍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수=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