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상품 '갈아타기' 주의보…설계사 말만 믿고 '승환계약'하면 사고때 보장 못받을 수도
“나이에 맞는 보험 재설계(리모델링)가 필요하다고 권유해서 믿고 따랐는데 분통이 터집니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씨(55)는 올해 초 위암 1기 판정을 받고 한 대형 손해보험사에서 3000만원의 진단금을 받았다. 하지만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5000만원의 진단금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가 진단금을 적게 받은 것은 실적을 쌓기 위한 설계사의 권유로 작년 하반기에 보험을 갈아탔기 때문이다. 이른바 ‘승환(乘換)계약’의 덫에 걸린 탓이다.

◆작년에만 2만5000건 적발

보험 상품 '갈아타기' 주의보…설계사 말만 믿고 '승환계약'하면 사고때 보장 못받을 수도
김씨가 암 보장이 되는 건강보험에 가입한 것은 11년 전이다. 하지만 최근 한 설계사의 “보험료 납입 기간이 지나 해지해도 별다른 손해가 없는 데다 보장 기간이 긴 더 좋은 상품이 나왔으니 새로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말에 넘어갔다.

새로 가입한 상품의 보장금액이 과거에 비해 40%나 적다는 것은 위암 판정을 받고서야 알았다. 또 보장하고 있는 질병 종류도 절반 수준이었다.

김씨처럼 설계사들의 권유로 승환계약을 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 ‘보험 갈아타기’로 불리는 승환계약이란 설계사가 고객의 계약을 해지시키고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게 하거나,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게 한 뒤 기존 계약을 해지토록 하는 걸 말한다.

작년 한 해 동안에만 부당 승환계약건으로 금융감독원에 적발돼 제재를 받은 보험계약만 2만4980건에 달한다.

◆“6개월 내 취소 가능”

승환계약이 모두 나쁜 건 아니다. 필요 이상으로 보험료를 많이 내고 있거나 꼭 필요한 보장을 받지 않고 있으면 보험을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최근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보험사들은 보장 내용이나 범위를 축소하는 추세다.

보장 범위만 보면 새로 나온 상품이 더 불리한 경우가 많다. 또 기존 보험을 중간에 해지하면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정훈식 금감원 팀장은 “설계사가 비교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 기존 보험계약이 해지된 지 6개월 이내 해지된 계약의 부활을 청구하고 새로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