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직원 김모씨(51)와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대출 사기를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은행의 허술한 대출심사 관행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많다. ‘대기업이라면 믿고 빌려줄 수 있다’는 식의 안일한 여신심사 체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1624억원을 대출해줘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하나은행이 이번 사기와 관련된 한 특수목적회사(SPC)에 대한 대출 만기를 1년 연장하기 위해 작성한 여신심사보고서를 보면 이 같은 관행이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작성된 이 보고서는 KT ENS에 납품하는 3개 업체(중앙티앤씨, 엔에스쏘울, 아이지일렉콤)가 매출채권을 유동화하기 위해 세운 SPC 세븐스타(유)에 대한 대출 600억원의 만기를 1년 연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고서에서 하나은행은 “KT ENS는 KT 계열의 외부감사 대기업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채무가 늘고 있다”며 “그러나 KT와의 높은 사업 연관성을 바탕으로 사업 기반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KT를 통한 재무 융통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대출금을 상환받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나은행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세븐스타(유)에 대한 대출 600억원의 만기를 1년 연장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