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니 민트(MINTs·멕시코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터키)니 하면서 ‘신흥국’을 바라보지만 정작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들 신흥국 경제가 성장할 때는 주목했다가 불안해지면 그 관심을 거두곤 한다.

[책마을] 브라질·인도·멕시코…개혁에 미래 달렸다
신흥국 시장의 매력은 불과 10여년 만에 사라진 것일까. 《10년 후 미래시장을 가다》는 LG경제연구원의 연구위원들이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기획해 직접 신흥국을 찾아 데이터와 보고서로 나타나지 않는 현지의 정서와 문화, 구조적 이슈를 담아낸 ‘현장 리포트’다. 한경은 이를 올해 신년기획 ‘기로에 선 신흥국’ 시리즈로 보도했다.

이 책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신흥국 시장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단편적 인식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신흥 각국의 거시경제는 빈약한 제조기반, 과도한 외자의존, 곤궁한 재정, 정치과정의 비효율성 등의 공통적 취약점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인구와 자원이 풍부해 성장잠재력은 높다.

따라서 단기투자자의 관점으로만 신흥국 시장을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2년의 거시경제 지표로 신흥시장의 옥석을 가릴 수는 없다는 게 연구원의 견해다. 1997년의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10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한국의 사례가 이를 말해준다. 당시에는 한국도 매우 위험한 신흥시장 이었을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따라서 인구와 소득수준, 고령화 정도, 도시화 비율, 산업 및 무역상품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베트남, 이란, 터키, 폴란드 등 8개국의 경제현장을 답사했다. 산업구조가 한국 경제와 서로 보완적이고,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국가들이다.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것은 개혁의 필요성이다. 브라질의 경우 경제 곳곳의 병목현상과 정치문화의 후진성이 고비용 구조를 낳고 있지만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욕구가 팽배해지면서 변화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인프라 및 교육 투자 등이 아시아 공업국 눈에는 느리지만 브라질 사람들 시각에선 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인도네시아도 왜곡된 시장과 산업구조의 판을 깨는 구조개혁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시장의 미래 가치는 올해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에 따른 민주적 리더십의 등장 여부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인도는 개혁의 때를 놓쳐 2003~2007년의 8%대 성장률은 향후 10년 안에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이란은 종교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 터키는 유럽과 이슬람 사이의 줄타기, 멕시코는 교육·세제·에너지 등 3대 개혁에 미래가 달려 있다는 게 연구원의 진단이다.

책 말미에 실린 ‘중국시장이 가르쳐주는 신흥시장 공략법’도 유용하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