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정부의 강력한 개혁정책이 멕시코의 성장률과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더 강화할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5일(현지시간) 멕시코 경제에 대해 내놓은 장밋빛 전망이다. 무디스는 이날 멕시코의 국가 신용등급을 Baa1에서 A3로 상향했다.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각각 지난해 5월과 12월 멕시코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씩 올린 바 있다.

발톱 세운 '아즈텍 호랑이'…멕시코 경제 '쾌속질주'
취임 1년을 갓 넘긴 중도 우파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강력한 경제개혁 덕에 멕시코가 신흥국 중 가장 유망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영향으로 다른 신흥국들이 연초부터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오히려 멕시코는 신용등급이 오르는 등 투자 유망국으로 떠올랐다.

멕시코 경제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에너지개혁법이다.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지난해 75년간 멕시코 에너지 시장을 독점해온 국영 석유기업 ‘페멕스’를 민영화하는 데 성공했다. 멕시코 석유 매장량은 쿠웨이트와 비슷한 약 1150억배럴이지만 페멕스의 방만 경영으로 생산량이 매년 줄어들어 왔다. 이번 에너지개혁법으로 BP와 엑슨모빌, 셰브런 등 심해원유 채취 기술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이 멕시코 유전 탐사 개발사업에 적극 뛰어들 전망이다.

조세개혁도 멕시코 경제에 숨통을 틔웠다. 세수 부족에 시달리던 국가 재정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31일 조세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비만세가 대표적이다. 버터와 아이스크림 등 100g당 열량이 275㎉를 넘는 정크푸드에 8% 세금을 물리고 청량음료 1L당 1페소의 세금을 부과했다. 애견용 사료에도 16%의 사치세가 붙는다.

개혁이 진전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멕시코 투자를 늘리고 있다. BMW는 지난 4일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들여 멕시코에 첫 공장을 짓기로 했다. 자동차 산업은 멕시코 제조업의 20%, 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한다. 지난해 멕시코의 자동차 생산량은 293만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량도 급증해 세계 2위였던 일본을 처음으로 제쳤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아우디 도요타 혼다 등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은 멕시코 공장의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펩시, 네슬레, 시스코 등은 올해 남미 2위 경제대국 멕시코에 총 73억50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방침이다.

글로벌 기업이 멕시코로 가는 이유는 개혁 기대감 외에도 네 가지가 더 있다. 멕시코는 저임금 국가다. 2000년에는 중국보다 최저임금이 25% 이상 높았지만 현재 비슷한 수준이다. 2015년에는 중국의 최저임금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멕시코는 또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롯해 44개국과 관세 우대 등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값싼 에너지도 장점이다. 중국보다 산업용 전기 사용료가 50~170% 저렴하다.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정부가 지원하는 산업 클러스터가 발달한 것도 제조업체들에 큰 매력이다.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업체 중 89개가 이미 멕시코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재무장관은 최근 “미국의 출구전략은 멕시코에 좋은 소식”이라며 “이웃 국가의 경기 회복 덕에 내년 4%의 경제성장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