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이번 세기 인류의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지난달 27일 구글이 4억달러를 주고 인수한 영국의 AI 업체 딥마인드의 셰인 레그 공동창업자의 말이다. 레그의 걱정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로봇의 발전으로 많은 직업이 없어지고 빈부격차가 심화할 수 있어서다.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5일 “인간과 가축의 물리적 노동력을 대체했던 1차 로봇혁명에 이어 지능을 대체할 2차 로봇혁명이 임박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격변기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복지 강화보다는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터미네이터’가 내 일을 대신한다

구글은 지난 두 달 동안에만 8개의 로봇 업체를 인수했다. 면면을 보면 두뇌(AI), 눈(카메라), 팔, 다리(바퀴) 등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비슷하다. 특히 딥마인드는 AI 연구의 한 분야인 ‘기계학습’에 특화된 회사다. 기계학습은 많은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규칙이나 지식을 도출할 수 있도록 컴퓨터를 ‘학습시키는’ 연구분야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 사람 얼굴 사진 여러 장을 보여줘 눈 둘, 코 하나, 입 하나 등의 공통점을 기억하게 한 뒤 다음 사진을 보여주며 사람 얼굴인지 아닌지 맞히게 하는 것이다. 현재 전자상거래, 게임 등의 분야에서 상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구글은 또 에디슨 이후 최고의 발명가라 불리는 레이먼드 커즈와일을 최근 임원으로 영입했다.

영화 ‘터미네이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뇌과학자인 사이먼 스트링거 옥스퍼드대 교수는 “10년 내에 쥐 정도의 지능을 지닌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은 이미 지난 30년간 타이피스트, 티켓 판매원 등 인간이 하는 상당수의 일을 대체했다. 이런 변화는 앞으로 점점 빨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칼 프레이 옥스퍼드대 교수는 “회계사, 비행기 조종사 등 현재 직업의 47%가 20년 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직종이 없어지는 게 문제는 아니다. 더 나은 직업이 생기기 때문이다. 진정한 문제는 변화의 과정에서 발생할 실업과 빈부격차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일자리 위기(work crisis)’로 묘사했다. 지난 30년간 세계 생산에서 중산층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4%에서 59%로 내려갔다. 반면 상위 1%의 생산비중은 9%에서 22%로 늘어났다.

고용 자체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술 중심 업체들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최근 부도난 코닥의 근로자 수는 14만5000명에 달하지만 얼마 전 페이스북에 10억달러에 팔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인스타그램은 13명이 3000만명의 고객을 관리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1960년대에는 미국의 25~54세 인구 20명 중 1명만 일을 안 했지만, 앞으로 10년 내 7명은 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적 사고 키우는 교육해야

많은 국가에서 추진하는 빈부격차 해소책은 틀렸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프랑스에서 고소득자에게 고율의 세금을 물리기로 한 것이나,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최저임금을 인상한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 잡지에 따르면 현재의 ‘유보임금(노동자가 고용을 통해 최소한으로 받고자 하는 임금수준)’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유보임금이 올라갈수록 기업들은 인간을 대체할 로봇 발명에 힘을 쏟게 된다. 결국 실업유발, 빈부격차 등의 문제는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고율의 세금 등이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과 이코노미스트는 문제의 해답으로 교육을 꼽았다.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비판적 사고, 감정적 교류 등을 강조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무교육의 목표를 지식 습득이 아닌 인지능력 향상에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정부는 시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복지보다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윤선/김보영 기자 inklings@hankyung.com